지난 2011년 9월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시위에 참석한 라노. 정채영PD

안녕하세요. 라노입니다. 20일 전 ‘대장동 뉴스는 부산·경남 뉴스다!’(10월 11일자 ‘뭐라노’ 참고)고 말씀 드렸습니다. 최근 ‘부산’이 대장동 이슈에 또 등장했습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대장동 개발의 연관성을 따지는 기사였죠. 이건 또 무슨 소리? 그래서 라노가 추적했습니다.

　부산저축은행은 2011년 영업정지를 당한 데 이어 2012년 파산합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상호저축은행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자 많은 고객들이 충격에 빠졌죠. 검찰 수사로 집계된 피해자는 3만8000여 명. 피해액은 6268억 원에 달했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 때문. PF가 뭐냐구요?

　보통 금융권은 ‘신용도’를 기준으로 돈을 빌려줍니다. PF는 신용도가 낮아도 프로젝트의 ‘예상 수익률’이 뛰어나면 대출을 해줍니다. 미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인 셈. 문제는 부산저축은행의 PF 대출 비율은 높아도 너무 높았습니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사가 문 닫기 직전 PF 대출액은 전체 대출액의 무려 39.7%. 당시 금융감독당국의 지도(권고) 비율은 30%. 다른 저축은행의 PF 대출 비율은 12~24% 정도였으니 선을 한참 넘었죠.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불황이 닥치면 프로젝트의 수익성은 급전직하합니다. 시행사·시공사가 돈을 갚지 못하면 대출해준 금융기관도 파산할 수밖에요.

　대장동 개발사업 또한 PF 대출로 자금을 모은 케이스. 부산저축은행은 무려 1155억 원이나 빌려줍니다. 당시 대장동 PF 대출 총액 1805억 원의 63.9%가 부산저축은행에서 나온 것이죠. 수도권 팽창사업에 지역은행이 돈을 퍼 담아준 셈. 이것만으로도 뒷골이 당기는데 부산저축은행은 비리까지 저지릅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한 대검 중앙수사부는 “120여 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가짜매출을 일으켰다. BIS(자기자본비율)를 지키는 ‘척’ 하기 위해 분식회계(약 2조 5000억 원)도 일삼았다”고 발표합니다. 영업정지 전날 밤에는 소위 ‘VIP’들만 불러 몰래 예금 인출을 돕기까지….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부산저축은행 부실을 알고 있고도 묵인했다. 검찰도 봐주기식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됐습니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의 PF 대출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 PF’는 제외했다는 게 핵심 내용.　‘부산 제2 금융권의 잔혹사(殘酷史)’는 부산저축은행이 처음이 아닙니다. 1999년에는 높은 이자로 고객을 유인하던 삼부파이낸스가 몰락합니다. 당시 피해액은 무려 1조5000억 원. 2004년 한마음저축은행에 이어 2005년 플러스저축은행·인베스트저축은행이 무너집니다. 부산에서 유독 금융사고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용한 전 신라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인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노인들이 높은 이자를 받으려 목돈을 맡겼다가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 박 전 교수는 “노인 대상 금융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제2 금융권을 주로 찾습니다. 2019년 부산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뒤에서 2등. 월 평균 임금은 250만 원으로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적습니다(2020년 부산노동권익센터 조사). 올해 부산 비정규직 비율은 40%를 돌파(통계청) 했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은 현재는 어떨까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시민의 상호저축은행 가계 대출액은 1조46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7% 증가.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전국 평균 상승률 21.3%보다 15.7%포인트 높습니다. 이동윤 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