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부산, 희망의 고향, 꿈 많은 사람들이 정답게 사는 곳. 아~아 너와 나의 부산, 영원하리.”
안녕하세요.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RANO)입니다. 시작부터 웬 노래냐고요? 아묻따(아무 것도 묻고 따지지 말고) 일단 가사를 한번 읊어봐주세요. 익숙한 박자와 선율이 떠오르시나요? 이 노래는 ‘부산찬가’. 부산도시철도가 1호선 시청역을 지날 때면 흘러나오는 노래입니다.
부산찬가는 부산시의 시가(市歌)입니다. 원곡은 가수 윤시내의 앨범(1984년)에 실렸습니다. 1983년 노래와 노랫말을 공모해 만들었다고 해요. 요즘 부산도시철도에서 흘러나오는 부산찬가는 어쿠스틱 반주에 청년 목소리와 랩이 추가된 편곡입니다. 라노의 궁금증은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청년은 누굴까요?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어째서 리메이크곡이 원곡을 제치고 시청역사에 울려 퍼지게 된 걸까요?
리메이크 버전은 2015년 부산시 공모에 당선된 대학생팀 ‘부러버’의 손에서 새롭게 탄생한 곡입니다. 부러버. ‘부러워’라는 의미의 사투리인 동시에 ‘부산 러버’라는 자부심을 눌러 담아 만든 팀명입니다. 정미수(30·공모 당시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나벼리(31·부산대 기계공학과) 배은빈(27·부경대 법학과) 박현정(26·동아대 철학생명윤리학과) 씨가 ‘부러버’를 구성해 공모전 대상을 수상. 부산시는 리메이크 부산찬가를 음원으로 제작해 2015년 12월부터 시청역은 물론 사직야구장과 해수욕장에서도 흘러나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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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노가 ‘부러버’ 객원멤버로 ‘부산 찬가’ 리메이크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좌측부터 라노, 정미수(30), 박현정(26), 나벼리(31) 씨. 배은빈(27) 씨는 사진요청을 거절했다. 유튜브 캡쳐. 정채영PD |
정 씨도 대상을 탄 이듬해인 2016년 서울행. 현재 한 공공기관에서 홍보·마케팅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산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일자리가 없었다. 늘 그리운 마음”이라는 게 정 씨의 토로입니다. 바다가 없는 그곳에서 두어 달에 한 번, 갑갑한 마음을 이기지 못할 때 정 씨는 고향 부산을 찾습니다. 대연동 토박이인 그는 고향에 오면 광안리에 들른 뒤 ‘소울 푸드’인 단골집 돼지국밥과 대선 소주를 꼭 먹고 돌아갑니다. 서울 돼지국밥에선 도무지 그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 씨는 라노에게 공모전 대상을 탔던 당시의 상장도 보여줬습니다. ‘부러버’에게 남겨진 흔적 중 하나입니다. 여전히 부러버의 노래가 부산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정 씨에게 큰 기쁨. “(처음 노래가 나오게 됐을 때) 가족·친구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동생 친구들은 이 노래를 내가 불렀다는 걸 믿지 않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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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버’팀이 공모전 당시 받은 대상 상장. 정미수 씨 제공 |
5년간 5만3806명. 지난해 ‘탈부산’ 청년 숫자(국회 국토교통위 진성준 의원)입니다. 부산 청년들은 1년에 1만 명씩 부산을 떠납니다. 사실 이들이 고향을 등져야 하는 이유는 ‘부러버’ 팀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청년이 부산에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까요. 김민주 이동윤 이준혁 기자 jnhy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