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어제는 라노에게 유독 긴 하루였어요. 비건(Vegan·채식 위주의 식단) 지도에 마지막 남은 한 칸을 채울 겸([와이라노]부산 여행 필수품 ‘부비지’편 참고) A 선배와 방문한 음식점에서 두부 패티로 만든 햄버거를 막 한 입 베어 물려던 순간. ‘지잉~’하고 스마프폰 진동이 울립니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다람쥐’가 다급한 문자를 보냈네요! “라노야, 황령산에서 도토리 줍다가 그만 덫에 걸려 뒷발이 조금 잘렸지 뭐야. 당장 수술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500만 원만 바로 입금해줘.”

라노가 평소에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거늘!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느냐는 선배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가까운 은행으로 무작정 달려갔어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그때, 누군가 다가옵니다. “혹시 무슨 도움 필요하신가요?” 라노의 얘기를 한참 듣던 그는 몇 가지 질문을 하더니 곧바로 경찰에 신고합니다. 결과적으로 보이스피싱으로 판명! 당장 수술대위에 올라야 하는 줄 알았던 다람쥐는 집에서 푹 쉬고 있더군요.

표창장을 들고 선 박주현 씨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라노. 국제신문

라노를 도와준 은인은 바로 BNK부산은행 반송운봉영업소의 박주현 로비매니저. 박 매니저는 “오랜 기간 은행에서 일하다 보니 피해자 표정만 봐도 감이 온다”고 합니다. 라노가 당할 뻔한 사기는 메신저 피싱의 전형적인 유형이었어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991억 원으로 1년 새 165.7% 증가. 비대면 채널 이용이 늘면서 메신저 피싱도 급증했다고 해요.

12년 차 베테랑 박 매니저가 지금껏 막은 보이스피싱 범죄 액수만 2억 원에 달합니다. 성과를 인정받아 받은 표창만 8개. 남다른 눈썰미를 가진 그는 지난달 26일 초조하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60대 여성 고객 B 씨에게 다가가 가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도 했습니다.

박 매니저는 가족에게서 급하게 돈을 입금해달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특히 전화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 매니저의 레이더망은 늘 번뜩입니다. “집에서 직장까지 1시간 40분 정도가 걸려요. 그 시간에 새로운 보이스피싱 유형이 없는지 뉴스나 정보를 꼼꼼히 살핍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난해 8월에는 ‘로맨스 스캠’ 피해도 막았습니다. 로맨스 스캠은 주로 SNS에서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연인 같은 사이로 발전시킨 뒤 거액의 돈을 뜯어내는 신종 범죄입니다. 박 매니저는 “로맨스 스캠에 대한 기사를 읽지 않았더라면 그저 외국인과 결혼하기 위해 돈을 송금하는가 보다 하고 지나칠 뻔 했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가족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 문자를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라노

박 매니저에게도 말 못할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의심돼 다가가 말을 붙이면 고객 열에 아홉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하네요. “지난 3월 한 어머니가 600만 원을 찾아가셨는데 아무리 봐도 보이스피싱 인 것 같아 말을 걸었더니 ‘내가 너보다 똑똑하니까 신경 쓰지 마’ 하시면서 욕을 하시더라고요.”

불행히도 박 매니저의 직감은 맞았습니다. 그에게 욕설을 했던 고객은 “아저씨 말 들을 걸 그랬어”라며 후회했다고 하죠. “피해자가 내 가족이라 생각하면 안일해지지 못하겠더라고요. 은행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내 부모님이다 생각하고 다가갑니다.”

로비 매니저로 일한 지 12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그에게 일은 여전히 즐겁고 보람찹니다. 평소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 된다는 그는 은행 이곳저곳을 돌며 일을 찾아서 하느라 새 구두가 6개월 만에 닳은 적도 있다고 하죠.

박 매니저와 오랜 대화를 하면서 라노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멋있는지’ 깨달았습니다. 라노도 구독자분들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다음 주 와이라노 아이템을 준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