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이거아나] 폴리냐

허시언 기자 hsiun@kookje.co.kr  |  입력 : 2023-09-14 18:25:51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폴리냐’로 정했어요. 올해 여름은 정말 더웠죠? 이상기후 때문에 오랜 장마와 끓는듯한 더위가 여름 내내 이어졌죠. 다가올 겨울에는 여름만큼 혹독한 이상기후가 한반도를 덮칠 수도 있다고 해요. 엄청나게 추운 겨울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폴리냐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해요. ‘폴리냐’가 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라노가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폴리냐(Polynya)‘는 ’얼음 속 구멍‘이라는 뜻입니다. 이름 뜻 그대로 해빙에 둘러싸인 광범위한 얼음 구멍을 의미하는데요. 주로 비선형 모양으로 생기며 10~105㎢ 크기로 형성돼요. 일반적으로 폴리냐는 여름철 북극에서 나타나는데, 강한 바람과 높은 기온에 의해 연안에서부터 녹아 들어가며 발생하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올 7월 북극 동부 시베리아 북쪽에 있는 외해에서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폴리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올겨울 한반도에 이상기후 현상이 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죠.

북극의 해빙은 여름철이 되면 녹기 시작해 9월이 되면 얼음 면적이 최소화됩니다. 이 시기에는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연안’에서 폴리냐가 종종 만들어지는데요. 이번에는 북극에 이례적인 얼음 구멍이 생겼습니다. 북극의 얼음 두께가 크게 얇아지면서 해빙 한가운데인 외해에서 얼음 구멍이 발생했습니다. 동시베리아 부근에서는 얼음이 빠르게 녹는 이상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북극의 얼음은 여름철에 녹았다가 겨울이 되면 다시 얼어붙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극심해지면서 녹았던 얼음이 완벽하게 복구되지 않고 있습니다. 얼음 전체의 면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올해 7월, 전 지구의 바다 온도는 18.8도로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따뜻해진 바닷물은 북극의 해빙 중심부까지 녹였습니다. 폴리냐가 생기는 전제 조건 중 하나는 해빙이 매우 얇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뜻한 바닷물은 해빙을 전체적으로 얇아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빙 한가운데 폴리냐가 생기게 됐죠. 폴리냐가 장기화되면 겨울이 와도 해빙이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얼음은 빛을 반사합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 검푸른 바다가 드러나게 됩니다. 얼음이 줄어든 탓에 반사되지 못하고 흡수된 태양 에너지는 북극해의 수온을 높입니다. 수온이 높아지면 얼음 더 빨리 줄어들고, 얼음이 줄어든 탓에 더 많은 태양 에너지가 흡수되면 또다시 수온이 높아집니다. 지구가 악순환의 루프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폴리냐와 한반도 한파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지구에는 ‘제트기류’란 것이 있습니다. 제트기류는 위도의 기압차 때문에 발생하는 빠른 흐름인데, 남북 간의 온도차가 큰 겨울철에 크게 나타납니다. 극 제트기류는 북극의 한기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트기류는 남북의 온도차가 클 때 발생하는데 북극의 기온이 높아져 극지방과 온대 지방의 기온차가 상대적으로 작아지면 제트기류의 기세가 약화하고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느슨하게 풀린 극 제트기류는 중위도 지역의 날씨를 뒤흔들어놓게 되죠.

한국은 북극의 해빙이 많이 녹아 제트기류가 약할 때마다 심한 한파를 겪어왔습니다. 북극에 이례적으로 큰 폴리냐가 발생한 지금, 우리는 얼마나 추운 겨울을 맞이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