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에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있다. 사상구 제공

최근 부산에 이틀 연속 ‘땅이 꺼졌습니다’. 시민의 발밑에 위험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지만 시도 때도 없이 땅이 꺼지면 대책이 없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4시57분께 사상구 학장동 한 건널목에서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했습니다. 크기는 가로 5ｍ, 세로 3ｍ, 깊이 4~5ｍ.

딱 하루 뒤인 지난 14일 오전 7시께는 사상구 감전동 부산새벽시장 인근 도로에서 지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로 3ｍ, 세로 3ｍ, 깊이 2ｍ 규모 싱크홀.

① 도시철도 공사가 문제?

문제가 발생한 두 곳 다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건설 현장 인근입니다. 2015년 2월부터 시작된 사상~하단선 공사는 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하단역 6.9㎞를 연장하는 것인데요. 2026년 말 개통이 목표입니다.

사상~하단선 건설 현장 주변에선 최근 7년 새 15차례 크고 작은 싱크홀이 생겼습니다. ▷2019년 1건 ▷2023년 3건 ▷2024년 8건에 이어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싱크홀. 15건 중 사상~하단선 1공구에 해당하는 ‘새벽로’에서만 11건(73.3%)이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난해 9월엔 깊이 8ｍ 싱크홀로 트럭 2대가 추락했죠.

그렇다면 싱크홀 원인은 도시철도 공사에 있을까요.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그러나 부산교통공사 견해는 좀 다른데요. 공사 측은 “싱크홀이 도시철도 공사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공사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부산 사상구 도로에서 가로 10ｍ, 세로 5ｍ, 깊이 8m가량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②푹푹 꺼지는 땅, 전국이 문제

싱크홀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보고서를 보면 2014~2023년 전국에서 생긴 싱크홀은 2085개에 달합니다. 광역시·도 기준 가장 많은 곳은 경기(429개). 그다음은 강원(270개) 서울(216개) 광주(182개) 충북(171개) 부산(157개) 대전(130개) 등의 순입니다.

도시의 싱크홀은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서 주로 보고된 거대 싱크홀은 장기간 지하수에 노출된 석회암이 녹아서 생기는데요. 반면 도시의 싱크홀은 암반이 아닌 흙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도시 대부분이 땅속 깊숙한 암반 위에 매립토를 얹어 조성됐기 때문이죠.

흙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며 헐거워지다가 텅 빈 부분(공동·空洞)이 생기고, 결국 지반 하중을 견디지 못해 무너져 내리는 게 도시의 싱크홀입니다.

매립토가 단단히 다져지지 않았거나, 지하 매설물이 손상돼 누수가 생겼거나, 지하수 흐름이 인위적으로 바뀐 곳이 싱크홀 다발 구간. 따라서 도시의 싱크홀은 무분별한 지하 개발이 낳은 ‘인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난 13일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③ ‘날벼락’ 피해…보상은 누가?

갈수록 잦아지는 싱크홀 사고에도 정부와 지자체 대응은 미흡하기만 합니다. 싱크홀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본격화했지만, 아직 법적 ‘재난’으로 인정되지도 않습니다. 정부 차원의 통합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죠.

부산시가 시행하는 시민안전보험에는 싱크홀로 인한 인명 피해가 보장 항목에서 제외됩니다. 각 구·군의 구민안전보험 역시 재난 사고에 싱크홀을 포함하지 않는데요.

시는 서울의 사례를 인용, 부산에서도 싱크홀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시민안전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전국적으로 정밀 지질 조사를 거쳐 제대로 된 ‘싱크홀 지도’를 만들고, 이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지하 시설물이 어디에 얼마나 묻혔는지, 각종 공사가 물 흐름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등을 파악할 종합 지도도 함께 마련해야겠습니다.

쉬쉬하며 땜질 처방만 하다가는 언젠가 대형 참사가 덮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