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토스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았다. 2015년 2월 토스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 지 4년 7개월 만이다.

토스를 처음 접한 건 몇 년 전이다. 남편이 회사 사람들은 요즘 이것으로 송금한다며 토스 앱을 알려줬다. 당시 한두 번 써 보고 주변 사람 중 이용자가 별로 없어 핸드폰에서 지웠다. 그리고 기억 속에서도 멀어졌다.

(사진=토스 홈페이지)

다시 토스를 접하게 된 건 2017년, 점심 더치페이를 하기 시작하면서다. 한 후배가 “선배 토스로 보낼게요”라고 했을 때 ‘송금앱 토스도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토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토스가 행운퀴즈를 시작하면서다. 토스 행운퀴즈를 보면서 이 회사 참 똑똑하게 마케팅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제는 인터넷은행까지 진출한다고 한다. 이들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 토스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토스 창업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이다.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삼성의료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했다. 이후 3년간 전남 목포에서 배로 두 시간 떨어진 섬 암태도에서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면서 각종 인문학 서적을 읽었다고 한다. 수백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이 대표는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려면 너도나도 사회 참여에 나서야 한다는 루소의 생각에 매료됐다. 이후 세상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구체적으로 찾아 나섰고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정보기술(IT) 서비스 사업을 구상했다. 이 대표는 2011년 4월 비바리퍼블리카를 설립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공화국 만세’라는 뜻으로 프랑스 대혁명 당시 민중이 외치던 구호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처음 내놓은 것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울라블라’다. 당시 선보인 ‘울라블라’는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제1회 비런치(beLaunch)에 나가 Top20에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친구 태깅을 할 수 있게 하면서 정리됐다. 이후에도 몇 개의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그저 모바일에서 세상을 바꿀만한 것을 해보고 싶었고 자신이 보기에 재미있고 잘 할 수 있을 것을 시도했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실패는 성공의 아버지라는 말이 이 대표에게 적절했던 것 같다. 가장 힘든 시기 이 대표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 말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는 ‘Ghost protocol’이라는 암호명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팀원들이 서울 각지에 흩어져 사흘간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 뒤 일상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냈다. 한 달 반 정도 동안 아이디어 100개를 모았다. 그 중 여덟 개가 사업화할 만한 아이디어라고 판단했고 일주일 만에 만들어서 테스트를 했다. 여덟 개 중 마지막 아이디어가 토스였다. 토스는 실험용 홈페이지만 오픈한 상태로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로 했다.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3년 12월 클로즈베타서비스를 거쳐 2014년 3월 초 오픈베타를 시작했다.

토스는 간편한 계좌이체 즉 송금 서비스로 시작했다. 모든 은행이 인터넷뱅킹을 통해 계좌이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계좌이체를 하려면 공인인증서와 각종 보안앱을 깔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 토스는 이 부분을 공략해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했다. 금액, 받는 사람 계좌번호, 보내기만 누르면 간단히 송금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토스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매주 50%씩 성장했다. 실패의 쓴맛을 본 이 대표는 처음부터 비즈니스모델도 갖고 시작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으려만 또다시 이 대표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정부가 발목을 잡았다. 토스 출시 2개월 만에 규제에 막혀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는 송금 방식은 법의 테두리 밖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금융당국과 은행을 찾아다니면서 토스 서비스를 홍보하고 설득했다. 정부가 간편결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규제를 재검토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설립 4년 만인 2015년 2월 토스를 정식 출시했다.

토스는 출시 1년 만에 토스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을 돌파했다. 2017년 7월에는 1000만 건을, 2018년 9월에는 2000만 건을 돌파했다. 2016년 35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도 2017년 205억 원으로 증가했다. 2018년에는 548억 원을 달성했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 등으로부터 8000만 달러(약 947억 원)를 지원받았다. 이로써 토스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약 1조 4200억 원). 토스는 국내 네 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탄생했다.

올해도 토스 성적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0월 토스 활성 사용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앱 누적 다운로드 수 역시 3400만 건을 돌파했다. 누적 가입자는 1500만 명, 누적 송금액은 60조 원에 달한다. 토스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토스가 단순 송금 플랫폼에서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토스는 2019년 12월 현재 계좌·카드·보험 내역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조회 서비스, 예금·적금·대출 등을 취급하는 뱅킹 서비스, P2P·펀드·해외주식을 관리하는 투자 서비스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내용만 보면 웬만한 금융지주사가 연상된다. 올해는 10월까지 미니보험, 토스카드, 아파트 관리비 조회·납부, 내게 맞는 대출찾기, 보험금 간편 청구 등 5개 서비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지난 16일 한 번의 고비 끝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상태다. 토스뱅크는 조만간 공식 준비법인인 ‘한국 토스은행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하고 본 인가를 위한 인력 구성 및 물적 설비 구축 등의 준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토스의 성장에는 이승건 대표의 7전 8기 정신과 그와 함께한 동료, 기업 문화 등 여러 가지가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항상 몰입하세요.”

태어나서 한 번쯤 의미 있는 일을 하려면 어떤 일이든 몰입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이 대표와 토스를 묵묵히 지키며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이 토스를 계속 성장시키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토스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궁금증을 불러온다.이영실 기자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