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부 양봉 농가들이 울상입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꿀벌들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겨울잠 자는 꿀벌이 꽉 차 있어야 할 꿀통도 텅 비어 있습니다. 영남뿐 아니라 호남도 마찬가지. 뉴스레터 ‘뭐라노’가 경남의 양봉 농가들을 찾아 꿀벌 실종 미스터리를 취재했습니다.
꿀벌은 꽃가루를 식물에 옮기는 ‘수분’을 하는 곤충입니다. 벌이 없으면 식물이나 농작물은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내 멸망한다’고 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결코 과장은 아닙니다.
꿀벌은 꽃에 맺힌 꿀을 모아 농가의 소득을 올려주기도 하는데요. 보통 한 벌통당 약 2만 마리의 꿀벌이 서식합니다. 올해 1월부터 한국양봉협회 경남지부에는 벌이 사라지거나 죽은 채 발견됐다는 신고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경남도에서 조사한 피해현황에 따르면 경남도 내 양봉농가가 소유한 벌집 총 8만5045개 가운데 54%인 4만5965개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김봉성 한국양봉협회 경남도지회 사무국장] “경남 쪽에선 창녕에서 먼저 벌을 깨우면서(사라지는 일이) 일어났는데요. 2월 15일쯤 돼서 저희들이 검역원과 농촌진흥청에 요청을 해서 검역을 했습니다. 조사를 했는데 340가구의 농가가 피해가 일어나고 있고요. 그 농가 중 80%가 다 (꿀벌이) 폐사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취재진이 찾은 경남 함안의 한 양봉장 또한 피해가 컸습니다. 2만 마리의 벌들이 가득 차 있어야 할 벌집엔 벌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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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실종으로 비어있는 벌통. 이세영PD |
겨울철에는 꿀벌 개체수가 15%~ 25% 정도 감소하는 게 관례. 올해는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는 것이 양봉농가의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벌집의 ‘군집 붕괴 현상’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합니다.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벌 군집 붕괴현상(CCD)은 일벌들이 돌아오지 않아 유충이 집단 폐사하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현재 경남에서도 피해가 심각한 양봉 농가에선 꿀벌이 90%까지 집단 폐사하거나 실종했습니다.
[김영제 경남 함안 양봉 농민]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 그런 것을 알아야 우리가 대처를 할 것 아닙니까, 지금 아무 것도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김봉성 한국양봉협회 사무국장] “2006년도에 미국에서 발생했던 꿀벌 군집 붕괴현상이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도 왔다고 저희들은 생각하고 있고요. 양봉기술 또는 환경에 의해서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저희들은 보고 있습니다. 작년, 재작년과 비교한다면 기현상이죠, 일어나선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난 거죠. 갑자기 전체 250~300군, 500군의 벌통이 다 없어지는 현상이 생기다보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저희는 생각하는 거죠.”
경남 창녕 거창 합천 등의 피해는 컸지만 김해와 부산 쪽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로 특정 지역에서만 꿀벌이 사라졌을까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은 과도한 농약 사용이나 기후변화 같은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최용수 국립농업과학원 농업농촌부 양봉생태과 실장]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자꾸 신종 바이러스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요. 꿀이 생산이 안 되면 꿀벌 병해충은 반드시 증가합니다. 꿀벌한테 가장 가장 좋은 건 꿀이고, 자연에서 들어오는 화분인데 그런 것들 생산이 지금 거의 2년간 안 됐거든요. 또 실제로 저기 저희들이 조사한 농가들을 보면 꿀이 많이 생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꿀을 생산했던 농가들은 조금 피해가 덜하고요. 결국은 가장 면역 관련된 고영양원인 꿀이나 화분을 제대로 자연 화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던 벌들이 (피해가 생겼습니다).”
“벌이 자꾸 없어졌다, 바닥에 떨어져 죽은 것도 아니고 없어졌다고 생각하시는데 수명이 다 되면 벌들은 밖에 나가서 죽습니다. 월동 중 추워서 이제 바닥에 떨어져서 죽는 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활동을 해버려서 이제 밖에 나가버린 거죠. 그런데 농가분들이 그거는 봤지만 그렇게까지 그럴 거다라고 생각을 못 한 거예요” “이게 연결고리가 하나만 끊겼어도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가지 않는데 그래서 남부 지방하고 중북부하고는 조금 차이가 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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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득 붙어있어야 할 틀에 벌이 사라져 있다.이세영PD |
꿀벌 감소는 생태계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약 71%가 꿀벌로 수분한다고 하는데요. 만약 꿀벌이 화분 매개(수분)를 충분히 하지 못했을 때 종자 생산이 어려워 식물 다양성이 악화됩니다. 식물에 서식하는 애벌레나 새도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농업에서 농작물 생산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농작물을 생산해 전체 생산량의 35% 내외가 꿀벌들의 화분 매개를 통해서 생산이 돼요.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사과, 딸기 과채류를 먹지 못하고 영양불균형이 전체적으로 나빠질 것입니다.”
꿀이 사람에게 주는 다양한 효능처럼 꿀벌 또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봄이 오고 꿀벌들이 달콤한 꿀을 가져다주길 ‘뭐라노’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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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썸네일.이세영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