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 인정
- 김기춘도 형 늘어 징역4년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어 지원을 배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 부분을 무죄로 선고받았던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린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으로 법정구속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징역 4년을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각각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 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1심의 징역 3년보다 무거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원 배제 혐의는 물론 1심이 무죄로 판단한 1급 공무원 사직 강요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전임인 박준우(65) 전 정무수석이 법정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하면서 주요 현안으로 세월호, 4대악 척결, 블랙리스트 태스크포스, 전경련을 통한 보수단체 지원 등을 설명해줬다”고 증언한 게 판결이 뒤집힌 결정적 원인이 됐다.

재판부는 “정부와 다른 이념적 성향을 가졌거나 정부를 비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인사들을 일률적으로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평등과 차별금지라는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 정부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차별 대우하는 순간 전체주의로 흐른다”고 지적했다.재판부는 또 이들과 박 전 대통령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좌파 지원 배제 정책 기조가 형성됐고, 지원 배제 방안을 보고받아 포괄적으로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행위는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권한을 남용한 것이고, 동시에 김 전 실장의 행위에 공모한 것으로 공동정범의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