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신체장애인·지적장애인
- 짝이뤄 가정생활 노하우 공유
- 엄마로서 자존감 키우게 도와
- 다른 복지관에도 보급할 계획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장애인의 능력이 비장애인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말은 아니다. 비장애인보다 많이 배려받아야 하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그런 점에서 약자로 표현한 것이다. 장애인 중에서도 여성 장애인의 사회적 위치는 남성 장애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유년기에는 교육에서 배제되거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남성 장애인보다 사회진출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결혼 후 가정을 이루고 나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하소연 관장이 여성 장애인을 위한 맘드림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최근 여성 장애인과 관련한 지원책을 시행한 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소연(45) 관장은 이에 대해 “여성 장애인, 특히 가정을 이루고 자녀가 있는 장애인은 자신이 엄마 노릇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항상 속상해하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그런 점을 해소하고자 만든 것이 2013년부터 해온 맘드림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맘드림 사업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건 여성 신체장애인과 여성 지적장애인이 멘토와 멘티로 짝을 이뤄서 가정생활에 대한 노하우를 익히게 하는 거였다. 비장애인이 멘토로 도움을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고 물었다. 그는 “달걀 프라이를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비장애인 멘토라면 자신이 얼른 하나를 만들어서 내놓는다. 집안일 하는 것을 시범 보일 때도 비장애인은 자신이 다 해주려고 하게 된다”고 했다. 그게 잘못된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 관장은 “여성 신체장애인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집안일을 해내는 노하우가 있어 멘토링에 도움이 된다. 또 장애인 엄마로서 아이에게 가지는 미안함이나 이해도가 비장애인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제야 이해가 됐다. 멘티가 스스로 해낼 수 있게 격려하고 기다려 주는 멘토여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는 “맘드림 사업을 거치면서 아이들도 장애를 가진 엄마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우리 엄마도 나를 위해 요리를 하고 집안 정돈을 해주는 다른 엄마와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엄마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신체장애인의 자존감을 올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하 관장은 “부족한 엄마,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엄마라는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동적”이라고 했다. 남편도 많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하 관장은 “남편들도 아내의 장애를 알기 때문에 무작정 다 해주거나 가정 살림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가 아내가 방법을 배워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마사회 연제지사의 도움을 받아 맘드림 사업에 참가한 여덟 가족이 제주도로 가족 여행도 떠날 수 있었다. 하 관장은 “지적장애인이나 신체장애인에게 여행은 꿈 같은 이야기다. 생활 형편이 어려운 분도 많고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신체 장애인에게 이동이나 여행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제주 여행이 그분들에게는 정말 큰 선물이었다”며 뿌듯해했다. 하 관장은 “올해는 맘드림 사업을 지역 내 다른 복지관으로도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도구장애인복지관과 사상구 장애인복지관 2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역 내 더 많은 곳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 관장은 장애인 복지 분야에만 22년간 몸담았으며 2013년부터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