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23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해당 사건이 국정원 직원의 ‘단독행위’가 아닐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사진=채동욱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 직원 송모 씨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에 대한 불법수집에 착수한 2013년 6월 7일, 국정원의 한 간부가 이미 채 전 총장의 혼외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학생의 이름과 재학 중인 학교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가 포함된 첩보를 작성해 국내정보 부서장에게 보고했으며, 이는 다시 국정원 2차장에게 보고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개혁위는 “송 씨의 불법행위 착수 시점에 앞서 국정원 지휘부가 혼외자 첩보를 인지하고 있었고, 송 씨의 불법행위를 전후해 지휘 간부와의 통화가 빈번했던 점 등 특이동향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송 씨의 단독행위가 아닐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은 2013년 9월 언론의 의혹 제기를 통해 불거졌다.

이 보도에 대해 당시 법무부가 감찰을 예고했고, 청와대 또한 진상규명을 압박하면서 채 전 총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는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여론조작 사건 수사에 강한 의욕을 보이던 때로, 채 전 총장은 해당 수사를 ‘원칙대로’ 밀어붙이다 청와대로부터 ‘찍어내기’를 당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후 ‘은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던 채 전 총장은 지난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게이트 이후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했다.

그는 “왜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느냐”는 질문에 “법대로 해서”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채 전 총장은 당시 검찰 수사와 관련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언급하며 “법대로 수사를 하라는 게 가이드라인이긴 했다”며 “그런데 (알고보니) ‘자기(박근혜)만 빼고 법대로’였다. 눈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왜 권력의 말에 쉽게 굴종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인사권”이라고 답했다. 말 잘 들으면 승진시키고, 말 안 들으면 물을 먹이니, 검사들이 윗 사람들 눈치에 전전긍긍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된 거 같다고 답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