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현장 관리자 A(43) 씨는 작업 중 크레인 적재함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척추 손상과 요추 1번 골절로 일상생활 기본동작이 어려워 평생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항상간호’를 받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고 7개 보험사에서 장해보험금 10억10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A 씨는 장해진단 두 달도 되지 않아 운전대를 잡았고, 4번의 교통사고를 내고 1900만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A 씨가 허위·과다 장해진단서를 받아 보험금을 챙긴 정황을 포착해 기획수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A 씨 외에도 허위 과다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부당하게 보험금을 챙긴 것으로 의심되는 보험사기 혐의자 17명을 더 적발, 수사의뢰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18명이 챙긴 보험금은 56억7000만 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3억4000만 원을 받은 셈이다.

장해 종류에선 마비(6명)와 척추장해(5명)가 가장 많았다. 보험금 지급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과 장해 평가시점, 의학적 소견 등에 따라 장해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노린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검찰에 넘겨진 혐의자 중 B 씨는 트랙터 운전 중 전복사고로 오른쪽 눈 시력 100%, 왼쪽 눈 시력 97% 잃었다는 진단(장해지급률 85%)을 받고 2억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런데 완전 실명에 가까운 B 씨 역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 17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보행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정관성 보험사기대응단 팀장은 “허위·과다 장해 보험사기는 의사와 공모하거나 중간에 브로커가 개입된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보험사의 손해사정 과정에서 걸러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