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3일 부산 연제구 연제고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영어에 이어 사회탐구 과목에서 모두 칸트와 연관된 문제가 등장했다.

사탐에서는 흔희 등장하는 사상가이지만, 한날 치러지는 수능의 세 영역에서 모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1교시 국어 14~17번 지문에는 칸트·스트로슨·롱게네스 등 여러 철학자의 관점이 함께 제시됐다. 서로 다른 학장의 입장을 비교·구조화해 이해해야 하는 문제로, EBS 연계 지문이었다. EBS와 입시업체가 꼽은 고난도 문항 목록에서 제외됐지만 수험생들은 “이번 수능은 칸트데이였다” “이 정도면 칸트도 수능 본 거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어에서도 칸트가 다시 등장했다. 34번 빈칸 추론 문항의 소재가 칸트의 법·자유 개념이었다. 인간의 본성이 선해서가 아니라, 법이 인간의 폭력성과 대립 가능성을 제한하기 때문에 사회가 유지된다는 주장의 칸트 글이었다. 문항은 cannot be가 포함된 문장을 중심으로 주제와 반대되는 선택지를 고르는 방식으로 난이도 있는 문항 중 하나로 꼽혔다.

사회탐구 과목 두 개 영역에서도 다시 칸트가 등장했다. 생활과 윤리 11번 문제에서는 형벌의 정당성을 둘러싼 사상가들의 입장을 비교하는 내용이 출제됐다. 여기에는 ‘죄에는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해야 한다’는 칸트의 응보 형벌론과 유사한 관점이 제시됐다.

수능 이후 수험생들이 모인 커뮤니티 등에는 “출제진 가운데 칸트 애호가가 있는 것 아니냐” “왜 유독 칸트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는지 궁금하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

한편 올해 수능은 전년 수능보다 체감 난이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EBS 현장교사단 총괄을 맡은 윤윤구 한양대사대부속고등학교 교사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 브리핑에서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문항들이 전년도 수능에 비해 다소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이 느끼는 체감 난도는 2025학년도 수능에 비해 다소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