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피해자 목서 압박 흔적
- 존속살해 혐의 인정된다” 판결

노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아들이 ‘자연사’를 주장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배심원 의견을 받아들여 중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56)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9월 노모와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 말다툼하다가 격분해 손 또는 불상의 도구로 어머니(79)의 얼굴·가슴 부위를 수차례 때리고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평소 어머니의 과격한 언행에 불만을 가진 A 씨가 어머니에게 동생과의 소송을 포기하라고 권유했지만 이를 거부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그러나 A 씨는 아침에 어머니를 깨우러 가보니 몸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슬픈 나머지 자신도 제초제를 먹고 목숨을 끊으려 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A 씨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인은 시신의 상태와 여러 증거를 놓고 12시간 넘는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어머니 목과 가슴에 목을 졸랐을 것으로 추정되는 피하출혈(멍)이 있고 ▷어머니 손톱에서 발견된 A 씨 DNA와 A 씨 귀에 난 상처가 연관성이 있으며 ▷A 씨 차량에서 발견된 손수건에 어머니 혈흔이 묻어 있는 점 등을 살해의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반면 변호인은 “어머니는 평소 고혈압과 심장질환 등 지병이 있어 목과 가슴뿐 아니라 온몸에서 다수의 피하출혈이 발견됐다”며 “따라서 자연사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전신에 든 멍은 치료 약 부작용에 따른 혈소판 감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출석한 부검의는 “목에 압박이 있었음이 분명하다”며 “시신의 부패가 심해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심혈관질환만으로 자연사한 것은 아니다. 외부 요인이 가해져 죽음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이어 “혈소판 감소로 온몸에 멍이 들었을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을 지켜본 배심원 9명은 평의를 열어 A 씨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하고, 징역 33년의 양형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숨진 어머니 목 주변에서 강한 압박 흔적이 발견돼 타살로 의심된다는 부검의 소견, 아파트 CCTV에서 사건 전 어머니 몸에 멍이 보이지 않는 점 등으로 미뤄 존속살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