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시비가 붙은 남성의 뺨을 때려 사망에 이르렀어도 이를 예견하지 못했다면 폭행치사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 6부(최진곤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혐의(인정된 죄명 폭행치상)로 기소된 A(25) 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2016년 5월 1일 새벽 3시께 부산의 한 주차장에서 시비가 붙은 B 씨의 오른쪽 턱 부위를 3차례 때렸다. B 씨는 당시 일행에게 “괜찮다”며 혼자 귀가했다. B 씨는 이가 아프다며 치과에 갔지만,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심하게 부어 그냥 돌아왔다. B 씨는 다음 날 구강외과 전문의를 찾아 CT촬영을 하고 뺨 부위 고름만 빼낸 후 집에 왔는데, 이후 오한으로 몸을 떨다가 오후 6시30분께 사망했다. 부검 결과 B 씨의 사인은 오른쪽 아래턱뼈 골절로 인한 심부경부감염 등으로 확인됐다.

검사는 B 씨의 골절 부위와 A 씨의 폭행 부위가 일치하고, 턱을 세게 치면 골절을 입을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A 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폭행과 B 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는 인정했으나 폭행 당시 A 씨가 B 씨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폭행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턱뼈 골절에 따른 염증에 대해 적절한 1차적 조치를 받았다면 사망에 이르렀을 확률은 높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A 씨의 폭행치사 혐의에 대한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폭행치상죄에 대해 유죄로 선고한다”고 밝혔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