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이 있는 아들을 코피노로 속여 필리핀에 4년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와 배우자(국제신문 지난해 7월 17일 자 6면 등 보도)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부동식 부장판사는 9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의사 A(48) 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배우자 B 씨도 같은 형을 선고받고 이날 법정구속됐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2014년 11월 필리핀 마닐라공항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둘째 아들 C(당시 10세) 군을 필리핀 현지 선교사에게 한국 필리핀 혼혈아(코피노)라고 속여 맡긴 뒤 홀로 한국에 돌아왔다. B 씨는 모친의 은행계좌로 선교사에게 3500만 원을 보냈다. 부부는 이후 4년간 아들을 한 번도 찾지 않았고, 선교사와 연락을 주고받던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계정까지 폐쇄했다. 이들은 C 군이 6살일 때 조현병 증세를 보이자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 또는 사찰에 보내는가 하면 네팔에서도 C 군을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 부장판사는 “A 씨가 필리핀 선교사에게 C 군을 맡기며 ‘사망·질병 등 어떤 일이 생겨도 일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썼다”라며 “피해아동이 필리핀 고아원에서 발견됐고 현재 건강상태를 종합하면 방임, 유기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