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나 어버이연합 둘 중 하나 내놓으라는데, (여당이) 안 내놔'라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지난 24일 발언이 공개되면서 여야의 대치 강도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 의장의 지난 24일 새벽 본회의 발언 중 일부를 공개하며 "야당이 박근혜 정부를 흔들고 정쟁으로 몰아가기 위해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어버이연합 청문회 개최를 흠결이 없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연계한 점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이 당시 "세월호(특조위 기간 연장)나 어버이연합(청문회) 둘 중의 하나를 내놓으라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 그래서 그냥 맨입으로…그냥은 안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의장이 야당과 작당해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 목적 달성을 위해 생사람을 잡은 것"이라면서 "해임건의안은 무고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는 정치 공세, 대권을 위한 정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장의 말씀은 중립성을 위반한 발언이 아니라 극한적인 대치를 막기 위해서 중재자로서 노력했던 모습"이라고 정 의장을 두둔했다. 우 원내대표는 "세월호나 어버이연합을 야당이 받고, 여당이 불리한 해임건의안을 처리하지 않도록 권유하는 것은 오히려 조정자 역할로 중립 위반이 아니다"며 "마지막까지 여야 하나씩 주고받는 협상을 통해서 해임건의안이라는 극한 정국을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정 의장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새누리당 역시 개헌특위를 내걸고 협상을 시도했다고 반격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에서도 (해임건의안 투표에 나서지 않으면) 개헌특위를 정기국회 내 구성해주겠다고 제안했다"며 "정치는 본래 협상과 타협을 바탕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의장 측도 "여야 간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