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체부 차관 인사청탁 받기도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정황이 담긴 문건 등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최 씨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하고 민감한 대북 안보 관련 문건 등도 사전에 받아 본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최 씨가 사전에 받은 대통령 연설문 파일을 공개한 JTBC는 25일 최 씨가 2012년 대통령 선거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기 위해 만든 독대 시나리오도 사전에 받았다고 추가 자료를 공개했다.

당시 두 사람의 회동은 2012년 12월 28일 오후 3시에 이뤄졌다. 이 회동은 배석자 없이 40분간 진행됐다. 당시 회의는 모두발언을 제외하고 모든 내용이 단독으로 마련된 장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문건에 따르면 최 씨는 회담이 시작되기 4시간 전인 오전 10시58분 회동 시나리오를 받았다. 문건을 보면 당시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에게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등 경제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지금 남북 간 어떤 접촉이 있었는지' 등의 국가안보와 관련된 박 당선인의 질문도 포함돼 있었다. '현안 말씀'이란 항목 아래 외교·안보 분야에서 박 당선인이 해야 할 말들이 정리돼 있었는데, '군이 북한 국방위원회와 3차례 비밀접촉을 했다'는 정보도 있었다.

또 JTBC가 공개한 문건에는 최 씨가 인수위 인사에 개입한 정황도 담겨 있었다. '홍보 SNS 본부 운영안'이란 문건을 최 씨가 파일을 받아본 건 2012년 12월 29일. 그로부터 6일 뒤 변추석 본부장은 대통령 인수위 홍보팀장으로 임명됐다. 이와 함께 공개된 최 씨 파일의 '역대 경호처장 현황' 문건을 보면 경호처장 현황과 함께 군인, 경찰, 청와대 경호처 출신들의 장단점, 후보군까지 적혀 있었다.

특히 군인 출신에 대한 장점이 많이 언급됐고, 문건 작성 한 달 뒤 장관급으로 격상된 경호실장에 군 출신인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내정됐다.

TV조선은 이날 최 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최 씨의 개인 사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TV조선이 공개한 문건에는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란 제목이 달려 있고 맨 위쪽엔 '현재 민정수석'이라며 2014년 6월까지 청와대에서 재직했던 홍경식 전 민정수석 비서관의 사진과 프로필이 있었다. 그리고 문건 아래에 홍 수석의 후임 민정수석으로 곽상욱 감사위원이 추천됐고, 출생지·출신 고교·대학 경력이 적혀 있었다. 곽 감사위원은 당시 민정수석에 임명되지 않았다. 최 씨가 실질적으로 곽 감사위원의 민정수석 임명 여부에 관여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TV조선은 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최 씨를 수시로 몰래 만났고, 측근들의 이력서를 보내 요직에 앉히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김 차관이 최 씨 측에 보낸 인사청탁 이메일을 공개했다.

박태우 정유선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