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의원총회에서 탄핵안 표결을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기기로 하면서 탄핵안 표결까지 의원총회도 없다. 탄핵안 처리 결과에 따라 새누리당의 운명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능이 정지된 새누리당이 다시 가동될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는 탄핵안 표결에 달려 있다.

탄핵안이 220표 이상의 찬성으로 압도적으로 가결되면 비박(비박근혜)계가 여권의 새 주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과 무소속 172명이 모두 탄핵안에 찬성한다고 가정하면 새누리당 128명 중 50명가량이 탄핵에 가세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현재 새누리당 비박계 세력이 40명 안팎임을 고려하면 친박(친박근혜)계와 중립 성향 의원 10명 이상이 비박계에 동조하면서 세력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폐족' 위기에 몰린 친박계에서 이탈하는 의원이 늘어나면서 비박계의 힘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박계가 이정현 대표의 즉각 사퇴를 관철한 뒤 친박계 핵심에 대한 축출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계 중진 의원은 이날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게 한 데는 '진박'(진실한 친박) 놀음을 했던 친박계에 있다"면서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선출된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일차적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축출보다는 당 재건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탄핵 표결을 쇄신의 지렛대로 삼아 정책 노선 수정과 당명 변경 등 '박근혜 지우기'를 통해 야권을 상대로 '포스트 탄핵'의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탄핵안이 200석 안팎으로 아슬아슬하게 가결되거나 부결되면 친박계가 당 주도권 재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의 입지 축소는 불가피하다. 친박계 지도부는 세력의 건재를 확인한 만큼 비박계 축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오는 21일까지 사퇴하기로 했던 이 대표가 사퇴 의사를 철회하면서 친정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필요할 때는 대통령에게 굽신거리고, 상황이 바뀌자 물어뜯으려는 비박계의 행태를 참고 또 참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잡풀을 솎아내야 새순이 돋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부결될 경우 비박계는 보수 세력과 촛불 민심의 역풍을 동시에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박계 탈당으로 인한 분당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친박계의 출당 압박이 거세지면서 일부 의원이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분당 수준의 대규모 탈당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보수 진영의 역결집이 이뤄지면서 비주류가 탈당을 결행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