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검찰에 제출한 '박연차 리스트'에 반 전 총장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련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7일 전남 영암군 영암읍 개산리 마을회관을 찾아 방명록을 쓰고 있다.연합뉴스

　한겨레은 최근 전·현직 검찰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통해 "반 전 총장이 뭐라고 하든 박연차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인사들을 정리해 2009년 대검 중수부에 제출한 '박연차 리스트'에 반 전 총장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팩트(사실)"라는 발언을 확보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또 "박연차 리스트는 박 전 회장이 임의로 정리한 명단인데, 지금 특별검사로 있는 박영수 변호사가 당시 박 전 회장의 변호인으로서 직접 대검 중수부에 제출했었다"며 "이와는 별도로 박 전 회장의 여비서 이현○씨가 회장의 일정과 동선, 지시사항 등을 정리해놓은 다이어리에도 2005년 무렵 반 전 총장의 이름이 두 번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었다"고 말했다. 2005년 반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반 전 총장이 애초 중수부 수사 선상에 들어있지 않았지만, 2009년 반 전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박영수 변호사가 들고온 명단에는 그의 이름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을 수사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고심을 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수사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명단에는 반 전 총장 이외에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야당 중진 의원의 이름도 적혀 있었지만 함께 수사 대상이 안 됐다고 한다. 검찰은 2009년 이 명단과 비서 이씨의 다이어리 등을 토대로 21명의 전·현직 정치인을 수사해 기소한 바 있다.

　한겨레는 또 인터뷰 대상자들의 입을 빌려 "중수부에 제출된 '박연차 리스트'는 검찰이 임의로 없앨 경우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증거인멸 등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딘가에 반드시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이 명예훼손으로 의혹 제기 언론사를 고소하면 수사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해당 문서의 공개나 열람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박연차 회장이 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제 이름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