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량급 주자 절실하지만
- 친박과 접점 찾기 관건
- 김무성·정의화 역할론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산 울산 경남(PK) 보수정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부울경 출신 대선 주자의 부재 탓에 보수층을 추스릴 구심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4·13총선 참패와 '청와대 게이트'에 이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분당 사태로 사실상 부울경에서 지지층이 결딴났다.

지리멸렬한 부울경 보수정당의 처지는 지지율에서 확인된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이달 3주차 조사(2월 14~16일, 성인남녀1003명,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PK 지역 지지율은 각각 13%와 5%였다. 둘을 합쳐도 더불어민주당(39%)의 절반도 안 된다. 특히 부울경에서 보수층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28%가 한국당을 지지했으나, 민주당 지지율도 21%나 됐다. 바른정당은 14%에 달했다.

이는 대선 주자 부재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울경에서 민주당(문재인 전 대표·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 주자들의 지지율은 53%에 달했다. 보수정당 후보로 거론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11%)과 유승민 의원(1%)의 지지율 합계는 12%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때 국회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당협위원장의 인기도 급전직하했다. 22일 바른정당 부산지역 13개 당협의 조직위원장 공모 결과 창당 과정에서 합류한 곽규택(서·동) 변호사와 이성권(부산진을) 전 의원 등 예상 가능한 인사만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역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해 부산 동래 1곳을 제외한 4곳의 조직위원장 선정을 미뤘다.

이 때문에 홍준표 경남도지사 차출론, '김무성·정의화 주도 빅텐트론' 등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홍준표 차출론'은 부울경 역할론의 연장선이다. 이종혁 경남도 정무특보는 "홍 지사는 자신의 말대로 천하대란의 상황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바른정당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당내 경선을 중단하고 중량급 보수 인사들이 모두 출전해 '원샷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차출론'과 '원샷 경선' 모두 친박(친박근혜)계가 관건이다. 홍 지사는 일부 친박을 "양아치"라고 비판했고, 바른정당도 친박 주류를 배제해야 한국당과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홍 지사는 우리와 지향점이 다르고 바른정당은 보수당이 아니다. 그들과 같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무성·정의화 역할론도 나온다. 부울경 중심의 빅텐트를 통한 '반문(반문재인) 연대'로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방식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 시나리오의 핵심 고리로 여겨졌던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탈당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예정됐던 세 사람의 회동도 무산됐다.

박태우 정옥재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