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땅한 대안 없다 목소리 많아
- 민주당·문재인에 대한 기대 커
- 정권교체로 한국당 대체 희망

- 장년층 반민주당·반문 정서 여전
- 숨죽였던 보수층 답답함 토로
- 보수정당 개혁·통합 미진 쓴소리

'5·9 대선'이 다가오면서 부산 민심의 풍향계는 '적폐 청산'을 똑바로 가르키고 있다. '청와대 게이트'로 기성 정치권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도덕적 해이와 이권 개입, 불공정 등 우리 사회의 각종 부조리가 민낯을 드러낸 데 대한 반감과 반성이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낯 부끄러워' 차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보수 성향의 시민들은 자유한국당의 지지부진한 인적 청산과 보수 진영 통합에 관해 비판과 지지를 함께 표시하면서 '분발'을 촉구했다.

25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 인근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촛불집회 후 참가자들이 세월호 미수습자 귀환 등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박근혜정권퇴진 부산운동분부 제공

■"문재인·민주당, 적폐 청산 적임"

부산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적폐 청산과 사회 변혁을 기대하며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 외에는 현 정국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세론'이 확인되는 분위기다.

주부 류민아(여·35) 씨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지만, 민주당에서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이번 대선에서 표를 줄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반성 없는 보수 세력에게는 희망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시민 상당수는 문 전 대표를 적폐 청산의 적임자로 여기고 있었다. 주부 최정희(58) 씨는 "문 전 대표는 준비된, 검증된 인물이다. 현 국가 위기를 헤쳐 나갈 적임자다. 또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고 권위적이지 않다. 공약이나 정책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월등하다"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해운회사에 다니는 박태환(29) 씨도 "문 전 대표가 그나마 적폐 청산을 위한 최적의 인물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썩은 권력의 중심부를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책임당원 전국 동시 현장투표가 실시된 26일 부산 수영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적지 않았다. 직장인 박인(54) 씨는 "문 전 대표도 좋지만, 안 지사가 좀 더 안정감(중도·보수)이 있다. 주변에 나이 든 사람이 많아서인지 좀 센(진보 성향이 강한) 문 전 대표를 꺼리더라"고 전했다.

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는 장지훈(32) 씨는 "이 시장이 강단이 있어 보인다. 엉망이 된 대한민국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지지자 외에도 보수정당에 실망하거나 대세론에 몸을 실은 지지자도 있다. 대학원생 김민준(28) 씨는 "한국당이 싫어서 무조건 민주당 후보를 뽑을 것이다. 국정 농단을 알면서도 기득권 유지를 위해 국민을 속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박세준(57)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수정당의 헛발질로 이제는 운동장이 너무 기울었다. 이번에는 민주당에 한 번 맡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보수, 지지하지만 정신차려야"

보수 성향의 시민 가운데 한국당의 인적 청산의 미진함과 범보수 진영 통합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면서도, 지지를 거두지 않은 이가 많았다. 또 장년층에서는 여전히 '반(反)민주-반(反)문재인' 정서가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지난 21, 22일 국제신문 등 전국 7개 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은 부산 울산 경남에서 전국 평균(13.8%)의 배 가까운 23.7%의 지지를 받았고, 이는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민주당 지지율(44.6%)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부산은 아직 '보수의 텃밭'으로 유효한 셈이다.

자영업을 하는 정영철(62)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건전한 보수도 있다. 모든 보수가 '꼴통 보수'로 몰려 욕을 먹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항변했다.

학원강사 강미옥(여·49) 씨는 한국당의 유력 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말이 거친 게 사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없다. 속이 시원할 때가 많다. 자신만의 확고한 정치 철학을 지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상준(51) 씨는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에서 속이야 시원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막말이 대선에 무슨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범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보수 성향 시민도 많다.

택시기사 오종옥(53) 씨는 "홍 지사이든, 김진태 의원이든, 유승민 의원이든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빨리 단일 후보를 내야 민주당에 맞설 수 있는데,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서로 싸우는 것을 보니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 세월호 인양을 보면서 이번 대선은 필패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혀를 찼다.

보수 지지층은 민주당과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도 숨기지 않았다. 회사원 이상철(47) 씨는 "지금 민주당 대세론은 따지고 보면 보수정당의 잘못으로 획득한 단기적인 반사 이익일 뿐이다. 문 전 대표가 집권해도 머잖아 국정 운영에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퇴직 생활자인 노성태(64) 씨는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는 사람을 절대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문제 삼았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