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 문캠프, 송 회고록 정면 반박
- 노 전 대통령 결정 이틀 후
- 북에 통지 했다는 자료 공개

- KAL기 폭파·NLL 포기발언설
- 대선때마다 정책 뒷전 이전투구

5·9대선에도 어김없이 '북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휩쓸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송민순 회고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파탄 난 남북관계의 향후 대책을 둘러싼 후보 간 경쟁은 뒷전이고, 전전(前前) 정부 당시 사안의 진위 공방이 선거를 휩쓰는 퇴행적 풍토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다.

■ '송민순 회고록' 공방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2007년 당시 참여정부가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다며 회고록을 통해 주장한 데 이어 최근 이에 대한 문건도 내놓았다.

이를 반박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김경수 대변인은 23일 3가지 자료를 공개했다. 11월 16일 노 대통령 주재 안보정책조정회의 발언 자료 발췌본과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 회의 외교안보 간담회 배석자의 기록, 그리고 11월 18일 외교안보 간담회에서 논의된 대북 통지문 주요 내용들이다.

노 전 대통령이 기권 결정 뒤 북한에 통보했다는 문 후보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우선 11월 16일 회의에 배석한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었던 김경수 의원 메모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양보해라. 장관 말이 백번 맞는데, 상대방 반응을 예측할 수 없으니까…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고 정리했다.

11월 18일 자료는 회의에 배석했던 박선원 당시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의 기록으로, 이 자리에서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지난 11월 15일 조정회의에서 의견이 갈려서 16일 기권으로 VIP께서 정리'라고 적혀 있다.

11월 18일 간담회에서 논의된 대북 통지문에는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10·4남북정상 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 사항을 적극 실천해 나간다'는 뜻을 담았다. 김 대변인은 "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비열한 색깔론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북풍, 영향력은 '글쎄'

북풍은 선거의 '상수'가 됐다. 2012년 대선 때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NLL 포기 취지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NLL 포기 논란'이 대선을 강타했다. 대화록이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에서 발견되지 않아 '사초 실종 논란'으로 비화됐지만, 법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고 결정하면서 일단락됐다.

1997년 대선에서는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오모 씨 등 3명이 북측 인사를 만나 판문점에서 총격을 해줄 것을 요청한 이른바 '총풍 사건'이 부상했다. 1992년 대선 때는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가 남한 조선노동당 가담자로 적발된 95명을 간첩이라고 발표했고,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의 비서 연루설이 퍼지면서 김 후보에 덧씌워졌던 '레드 콤플렉스'가 부활했다.

1987년 대선 18일 전에는 북한 대남공작원 김현희가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시켜 승객 115명이 숨진 'KAL기 폭파 사건'이 발생했다. 과거 북풍은 보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선거 때마다 반복되면서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도 많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