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력 간 이질감 커 명분 약하고
- 지지층 달라 실현 가능성 의문

- 3자 단일화 공식 제안했지만
- 바른정당 '안과 단일화' 무게

- "안철수와 통합 안 해" 선 그은 홍
- 막판 사퇴로 간접단일화할 수도

바른정당이 25일 전격적으로 제안한 '3자 단일화'(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간 단일화)는 이번 대선을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 간 양자 구도로 전환하는 메가톤급 변수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치권은 3자 단일화가 탄핵 세력(국민의당·바른정당)과 탄핵 반대 세력(한국당), 이념적으로 중도(국민의당)와 보수(한국당·바른정당) 간 정치적 이질성이 강해 단일화의 명분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적폐 연대'라며 맹공을 가하고 나섰다. 실리 면에서도 지지층이 서로 갈려 있어 단일 후보에게 '산술적 지지율의 합'이 결집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는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바른정당의 단일화 제의에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하는 이유이다.

또한, 선거가 2주밖에 남지 않아 협상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 역시 부족하다. 성공적인 후보 단일화로 거론되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장기간 정책 협상과 여론조사라는 기법을 차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3자 단일화'보다는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국민의당·바른정당), '보수-태극기 단일화'(한국당·새누리당·무소속 남재준 후보)로 흐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물론 선거 막판 문 후보의 1강 구도가 공고화되면 이들 단일후보 간 2차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25일 새벽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가 끝난 후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바른정당발 판 흔들기

바른정당의 이번 제안은 현실적 가능성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유 후보의 완주를 포함한 현재의 5자 구도에서는 완패라는 위기감에서 나온 고육책으로 평가된다.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홍 후보와 단일화하자는 쪽과, 안 후보와 연대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바른정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 제안을 던져야 했기 때문에 '3자 단일화'라는 방식이 나왔다. 홍·안 후보 가운데 단일화에 적극적인 세력과 '딜'을 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 역시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 내부 기류는 당선 가능성이 작은 유 후보를 사퇴시키고, 안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일부 인사는 이미 여러 논의를 수면 아래에서 진행했다. 바른정당은 25일 주호영, 정병국, 김무성 상임선대위원장을 협상 주체로 내세웠지만 다른 정당들은 협상단을 꾸리기는커녕 공개적인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논의 자체에 소극적이다.

그만큼 단일화 협상이 '양날의 칼'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두 정당으로서는 자칫 바른정당의 단일화 논의 제안을 덥석 받았다가 지지층만 잃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이 불과 14일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무작정 시간을 끌 수도 없는 상황이다. 투표용지 인쇄일(30일) 이전인 오는 29일까지 어떤 형식과 범위로든 단일화에 의견 접근을 이뤄내지 못하면 단일화 카드는 급속히 소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 2단계 단일화론도 거론

바른정당은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이 때문에 유 후보가 지금은 반대하고 있지만, 자진 사퇴하는 '정치적 결단'을 통해 사실상 안 후보와 단일화를 이룰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안·유 후보 간 공식적인 단일화 절차가 이뤄질 경우 호남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이날 선거대책위원회의를 열어 안 후보가 집권을 하더라도 국민의당에서는 국무총리를 맡지 않겠다고 '통합 내각론'을 제시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개적으로 단일화 논의에 응하기는 어렵지만, 사실상 공동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유 후보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홍 후보는 유 후보의 단일화는 수용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안 후보와는 거리를 뒀다. 따라서 유 후보가 사실상 안 후보와 단일화 할 경우 다른 보수세력과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서 "이번 주 중에는 보수 대통합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언급한 보수 대통합은 홍 후보와 조원진(새누리당), 남재준(무소속), 유승민(바른정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안·유 후보 단일화와 보수 대통합에도 선거 막판까지 문 후보의 1강 구도가 공고화되면 결국 이들 후보 간 2차 단일화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안 후보와 홍 후보 간 2차 단일화를 통해 문 후보와 단일 후보 간 1 대 1 구도를 가정한 것이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이번 조기 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데 일정한 책임이 있는 탄핵 반대 세력과 탄핵 세력이 후보 단일화를 이룰 경우 이른바 촛불민심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어, 정치적 결집 효과를 거두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후보 단일화의 '명분과 실리'가 모두 불투명하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