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 제재·대화 병행에 찬물
- 남북한 소통채널 복원 전략 삐긋
- 한미정상 운신 폭도 좁게 만들어

한반도 정세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닷새 만인 14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사일 발사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켰다. 대북 정책에서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는 첫 시험대에 서게 됐다 .북한이 도발 기조를 유지하면서 문 대통령이 대화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열병식 때 공개한 대함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 연합뉴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 기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10년간 냉각된 대북 관계의 국면 전환이 기대됐던 게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혔고, 북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마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이 지난 13일 미국 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도발을 중단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발 중단을 비핵화 협상으로 가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삼겠다는 한미중의 입장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 1처장이 14일 오전 국방부에서 북한이 이날 새벽 발사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북한의 '마이웨이 기조'에 문 대통령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반영된 대북 정책의 기조는 현재의 제재·압박 일변도를 제재와 대화 병행 구도로 만들고, 남북한 사이에 완전히 끊어진 소통채널을 복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로 이르면 다음 달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이 미사일로 도발하는 상황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재와 대화 병행기조, 단계적·포괄적 대북 협상 등 이전 정부와 차별화한 대북 정책 기조를 내세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며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