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北 정권 잔혹성 규탄"
- 美, 대북제재 강화 여론 들끓어
- 문, 유족에 위로 조전 보내
- 靑 "대북기조는 별개의 문제"
- 억류 한국인 6명 신변 우려도

청와대는 20일 북한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 소식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발언 논란 등 악재가 속출하는 가운데 웜비어 씨의 사망으로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랭할 가능성도 있다.

대북 제제·압박과 함께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것을 대북 정책의 한 축으로 삼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과 대북 정책 엇박자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악화되고 북미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북한에 의한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국은 다시 한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21일 열리는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북 제재 압박을 더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간 대북 공조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대북 정책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나올 경우 대화와 협상을 병행하려는 문 대통령의 대북 해법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미 관계가 경색되면 남북 간 대화 국면 조성도 어려울 것이고 국내에서도 대북 정책에 대한 여론 역시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웜비어 씨의 사망으로 인해 대북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웜비어 씨 사망과 북한에 대한 대화·압박 병행 기조는 별개의 문제다. 한미 정상회담 주제는 이미 조율돼 있다"고 밝혔다.

웜비어 씨의 사망으로 현재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 등 우리 국민 6명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웜비어 씨가 석방된 배경에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 등 당국자 간 대화 채널이 재가동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미 간 후속 접촉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에 억류된 나머지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 논의가 진전되면 협상 국면이 앞당겨질수도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웜비어 씨의 유족에 위로의 내용을 담은 조전을 보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전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무엇보다 북한이 웜비어 씨의 상태가 나빠진 즉시 가족에게 알리고 최선의 치료를 받게 했어야 할 인도적 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북한이 인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개탄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은 아직 우리 국민과 미국 시민을 억류하고 있는데 속히 이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조전은 외교부와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을 거쳐 웜비어 씨 유족에게 직접 전달될 예정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 '코마 송환' 웜비어 사망까지 일지 2016년 1월 오토 웜비어(22) 관광차 방문한 북한의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 3월 웜비어 체제전복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 선고받음 2017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웜비어 석방 작전 착수 5월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노르웨이 오슬로로 보내 북한 측과 첫 번째 직접 접촉 6월 초 윤 특별대표 뉴욕에서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를 만남 6월12일  윤 특별대표 북한을  전격방문해 웜비어 직접 보고 석방 요구 6월13일  17개월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 6월19일 웜비어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