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수행 긍정평가 65%
- 전국 74.2%와 큰 차이
- 하락폭도 전국의 배
- 민주당 지지율 45% 불과

- 정권 초 지역홀대 분위기
- 친호남 행보 등 영향 큰 듯
- 보수 부활 조짐은 아직 없어

부산 울산 경남(PK)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조정 현상'이 확연하다. 5·9대선 직후와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빠졌는데, 이는 전국 하락 폭의 배 정도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중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PK 정권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작용하면서 대선 이후 느슨하게 결합했던 부산 울산 경남 비민주당·범보수층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 부울경 지방선거도 예측불허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부울경 지지율 '이상 기류'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조사해 26일 발표한 6월 3주차 조사(지난 19~23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74.2%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1.4%포인트 소폭 떨어지는 등 2주 연속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부울경의 지지율 하락은 예사롭지 않았다. 전주 71.2%를 기록했던 부울경 지지율은 65.0%로, 6.2%포인트 떨어졌다. 문 대통령의 부울경 지지율은 전국(지역별)에서 가장 낮았고, 낙폭도 가장 컸다. 보수세력의 본산으로 인식되는 대구·경북(69.6%)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선 이후 처음으로 국정 평가 조사를 했던 5월 3주째 조사에서 부울경 지지율이 76.6%였던 것을 고려하면 한 달여 만에 11.6%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부울경 지지율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하락했다. 50%를 상회하던 부울경 민주당 지지율은 45.1%로 떨어졌다. 민주당의 전국 지지율은 53.6%였다.

부울경 민심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문 대통령에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정권에 대한 정서'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틈나는 대로 부울경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지만, 'PK 정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인사와 정책 등에서 모호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초기 청와대와 내각의 인선이나 지역 공약 이행에서 지역민에게 PK정권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친호남 행보' 역시 부울경에서 낯선 경험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뿌리인 참여정부 당시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사와 정책 분야 등에서 부울경을 우선 배려했다. 초기 인사 정국에서 부적격 인사를 고집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에 갇혀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여권에 실망해 문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던 PK 비문(비문재인)·중도·범보수층의 이탈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부울경 민주당도 대선 정국에 비해 활동성과 지역 밀착도가 약해져 비민주당층을 묶어두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떠도는 보수'현상은 지속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부울경에서 지지율 조정을 겪고 있지만, 보수세력의 부활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부울경 지지율은 19.9%로 오히려 전주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바른정당은 4.3%에서 9.5%로 상승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대략 30% 안팎의 지지율을 갖고 있는 것인데, 대선 당시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유승민 의원의 득표율 총합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여전히 부울경 보수 세력의 상황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정국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마음 줄 데 없는 비민주당·범보수층이 부동층으로 남게 되면서 부울경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