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총장 “개혁기회 주셔서 감사”
- 대만학자 ‘논어별재’ 한시 인용
- 각자 위치 따라 다른 입장 비유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자리에서 직접 ‘검찰 개혁’을 주문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문 총장이 검찰 개혁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첫 출근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 총장에게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문 총장은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말 잘하겠다”고 화답한 뒤 청문회를 거치며 생각났다며 ‘논어별재’라는 한시를 인용했다.

이 시는 2014년 3월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간부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 등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비유하면서 읊었던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문 총장에게 “국민이 검찰의 대변화를 바라는데, 그것은 검찰을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검찰이 국민께 신뢰받는 기관이 되길 바라는 애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치에 줄 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찰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하고 그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묵묵히 업무에 임해온 검사들도 더 큰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검찰총장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정치도 검찰을 활용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검찰 스스로 중립 의지를 확실히 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국회 인사청문회 때 후보자로서의 답변을 봤는데 (내 생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수사권) 조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해 제3의 논의기구 구성 등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문 총장은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유보적인 것으로 비치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신설 문제에 대해서는 “이것은 검찰만 견제하려는 게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을 지닌 고위공직자가 대상이고, 그중 검찰도 포함되는 것일 뿐이다. 2002년 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됐을 때 반부패기구로 출발한 애초의 도입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