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상공 ‘세븐브로이’ 수제맥주
-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 안주로
- 본격적인 간담회 전 긴장 풀고
- 야구·피자 소재로 웃음·덕담 등
- 2시간 반 허심탄회한 대화 가져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기업인 8명과 회동했다. 첫날인 이날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함께했다. 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다.

화제의 중심 오뚜기 회장-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호프 미팅’에서 정용진(오른쪽) 신세계 부회장이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맥주를 먼저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께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 미팅’으로 간담회의 막을 올렸다. 회동에는 소상공인의 수제 맥주인 ‘세븐브로이’가 제공됐고,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채소·소고기·치즈류를 안주로 내놨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맞춤형’ 질문을 던지며 각 기업과 경제계 동향에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특히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평가돼 중견기업으로서 유일하게 참석한 오뚜기의 함 회장에게는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언급하며 치켜세웠다. 이에 함 회장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양궁협회장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겐 “다음 올림픽 때도 전 종목을 석권해 달라”고 주문한 뒤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가 고전한다는데 좀 어떠냐”고 물었다. ‘야구광’으로 유명한 두산 박정원 회장에게는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우승했는데 올해는 성적이 어떠냐”고 관심을 표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직원들에게 피자를 선물해서 ‘피자 CEO’로 알려진 LG 구본준 부회장과 얘기를 나누던 중 “우리도 피자를 돌리자”고 제안했고, 이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어느 부서인지 찍어주시면 돌리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전(全) 공장”이라고 답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 중 최고령인 CJ 손경식 회장에게는 “경제계에서 맏형 역할을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포스코의 권오준 회장과의 대화에서는 미국의 철강제품에 대한 반(反)덤핑 관세 부과를 언급한 뒤 “기업의 고충을 해소해주는 게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서비스”라며 격려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경기 회복이 대화의 주제였다. 정 부회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가 없다”면서도 “(중국의 조치가) 완화할 기미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문 대통령은 호프 미팅의 마무리 건배사로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를 선창했고 기업인들은 “위하여”를 외쳤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자리를 옮겨 2시간10분여 동안 다양한 경제 현안에 대해 본격적인 간담회를 열었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