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부산지역 구청장 선거(지방선거)가 부산 여야 간 ‘총선 대리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6년 4월 총선 격전지를 중심으로 여야가 뒤바뀐 전·현직 의원들이 ‘자기 사람’을 내세워 수성과 탈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박재호(왼쪽), 서용교

2일 복수의 지역 정치권 인사에 따르면 부산 연제구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도전하려는 구의원 출신들의 행보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지역 김해영 의원은 이들 후보군의 경쟁력에 다소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이 새로운 인사의 영입도 검토하고 있는데, 연제구에서 초·중학교를 나와 부산에서 활동 중인 40대의 젊은 변호사를 눈여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남구을의 민주당 박재호 의원과 자유한국당 서용교 전 의원도 남구청장 자리를 놓고 재격돌할 태세다. 최근 한국당 조직부총장을 맡은 서 전 의원은 남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서 전 의원은 “과거에는 공천의 절차적 공정성 확보에 신경을 썼는데 순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훈(남구갑) 의원과 의논해 봐야겠지만 무조건 이기는 카드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도 남구청장 후보 경선 방침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방침이 사실상 특정 인사 공천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의원이 정명희(비례대표) 시의원의 남구청장 도전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많다.

차기 부산진구청장 선거도 ‘화약고’다. 부산진갑에서 민주당 김영춘 의원에 패했던 한국당 나성린 전 의원은 차기 구청장 후보는 자신이 택한 인사를 낙점하겠다는 생각이다. 나 전 의원은 이런 입장을 구청장 도전을 고려 중인 지역 시의원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은 부산시 고위 공무원 출신이나 서울지역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부산진구 출신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한국당 김도읍 의원과 노기태 현 청장의 ‘악연’으로 격전이 불가피하다. 노 청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하면서 김 의원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김 의원은 강서 출신의 인재를 발굴해 노 청장의 재선을 저지한다는 방침이 확고하다.

여야 전·현직 의원들이 구청장 선거를 총선 대리전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지방선거에서 밀리면 총선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현직 의원들의 이런 구상은 경선이 최소화될 수밖에 없어 기존 후보군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