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북한 붕괴 원하지 않아”
-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도 밝혀
- 위안부 등 日역사인식 제고 강조
- ‘임청각’ 빗대 보훈정책 강화 약속

- 한국당 “북에 도발중단 구걸”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하는 단어는 ‘국민주권’과 ‘평화’ ‘역사’ ‘보훈’이었다. 문 대통령은 국민주권에 입각한 임시정부가 수립된 역사를 언급하면서 촛불혁명으로 국민의 시대가 열린 이후 첫 번째 맞는 광복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건국절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와 이를 위한 외교적 노력,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는 동시에 군사적 대화의 문을 열어놓을 것임을 밝혔다.

■북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등 제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북 간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이 남북공동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고 군사적 대립을 완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언급했다. 이를 위한 ‘쉬운 방법’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 성묘 등 인도적 협력 사업 재개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것을 제안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나가겠지만,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최근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에서 한·미·일 삼각 협력은 물론 일본과 양자 차원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역사 인식이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못 박았다.

■‘임청각’ 언급, 보훈정책 강화 약속

문 대통령은 전날 독립유공자, 유족들과의 만남에서 밝힌 바 있는 보훈정책 강화 방안을 이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신흥 무관학교를 세운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인 경북 안동 ‘임청각’의 현재 모습에 우리나라 보훈정책의 실태를 빗댔다. 독립운동의 산실이던 임청각은 일제의 보복으로 반 토막 나 집 한가운데를 철도가 관통하고 있는데, 지금도 일제강점기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문 대통령은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독립운동의 공적을 기억할 수 있게 임시정부기념관을 짓고, 외국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내 보전까지 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에서는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이어지는 등 경축사에서 모두 39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편, 야당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안이한 대북 인식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전쟁 억제 수단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문재인 정부는 마치 북한의 도발 중단을 구걸하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평화라는 당위성만 강조하고 원론적 내용만 되풀이했을 뿐 실천을 위한 구체적 해법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