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대통령, 통일부에 준비 당부

- 북 핵미사일 최대 위협 지목 속

- 한반도 신경제구상 실현 강조

- 개성공단 北시장경제 확산 역할

- 文, 美의회 대표단 면담 때 발언

- 靑, 사업 재개 확대해석 선 그어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오는 것이므로 봄이 왔을 때 씨를 잘 뿌릴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부처 업무보고 이틀째인 이날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외교부와 통일부 업무보고에 앞서 통일부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통일부 폐지 움직임도 있었고, 주요 정책 결정에 통일부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북 경제구상을 실현하는 데 통일부의 역할이 지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지킨다는 자세와 철저한 주인 의식과 국익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통일부가 역점을 둬야 할 것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실현되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북핵 문제 진전 상황에 맞춰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사업을 추진하고, 궁극적으로는 남북한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에는 만전을 기하면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미국 상·하원 의원 대표단과의 비공개 면담 당시 “북한에 시장 경제를 확산시키는 것도 북한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말한 대목에도 눈길이 쏠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을 접견한 캐롤라인 맬로니 미 하원의원이 “개성공단 문제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남북대화 등 모든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며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높이 평가한 데 대한 답변에서 문 대통령이 이같이 밝혔다고 이날 설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과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이 북한 내 자본주의 경제를 확산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그런 노력과 함께 북한 내부 인권을 촉진하려는 것에도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내의 자본주의 확산에 대해 평소 얘기하던 수준”이라며 개성공단 재개 등으로의 확대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맬로니 의원은 문 대통령과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서처럼 근로를 통해 월급을 받는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문 대통령이 과거 인권변호사였던 만큼 인도적으로 북한 주민을 돕는 방법을 논의하다가 개성공단 얘기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한 것으로 해석돼 보도되면서 보수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