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북핵 맞설 최선의 조치”
- 대국민 메시지로 양해 구해

북한의 핵실험 강행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국정 지지도’가 하락세로 접어든 모양새다. 8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72%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국정 지지도 여론조사(4~6일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진 69.0%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72%로 지난주 조사 때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4%포인트 늘어난 20%였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두 조사기관 모두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의 가장 큰 이유로 북핵과 안보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회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북핵 외교’에 집중했지만 러시아로부터 사실상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요청을 거절당하면서 국제 공조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또 문 대통령이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사드 발사대 4기가 경북 성주에 전격적으로 배치되면서 안으로는 지역 주민과 진보진영, 밖으로는 중국 정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오후 늦게 사드 배치 강행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북한은 우리 정부, 국제사회의 요구와 경고를 묵살한 채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정부는 사드 임시 배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드 임시배치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민과 경찰관의 부상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부는 현지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를 존중한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공개적이고 과학적인 추가 검증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사드 배치가 임시 배치이며, 더욱 엄격한 일반 환경영향평가 이후 사드 최종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럼에도 사드 추가 배치와 관련해 진보 진영으로부터 ‘촛불 배신’이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이후 김장수 주중 대사를 초치하고 중국 언론이 노골적으로 ‘악성종양’ 운운하며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등 꼬여버린 한중 관계 해법 마련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북한 핵실험 직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응답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