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의 채택 3일만에 IRBM급 쏴
- 핵보유국 후 국제사회 협상 의도
- 美, 안보리 차원 추가 대응 모색
- 11월 美·中 정상회담이 분수령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375호 채택 사흘 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상으로 발사하는 대형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가늠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점증하는 안보리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이 도발 폭주를 이어가는 데 대해 핵과 미사일 능력의 완성을 통해 체제 보장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이날 도발은 북한이 지난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핵실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밝힌 데 이어 핵탄두의 운반 능력을 재차 과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초기 미국과 협상을 위해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지만 모두 거부된 상황에서 핵 보유를 완성하는 게 체제 생존에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불완전한 핵과 미사일 능력으로는 미국과 생존 담판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먼저 핵무기 능력을 완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인제대 김연철(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핵무장을 서둘러 달성하고 핵보유국이라는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17일 만에 사거리 1000㎞를 늘려 미사일을 3700㎞ 날려 보낸 것은 괌 타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대북 유류 공급의 30%를 끊고, 연간 10억 달러(1조1360억 원) 이상의 북한 외화벌이를 차단할 것으로 보이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도 북한이 도발 폭주를 멈추지 않는 이유인 셈이다.

한반도 안보 정세는 미국과 북한의 ‘대결’인 동시에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전략 경쟁’ 양상으로 계속 전개될 전망이다. 다음 주 미국 뉴욕에서 시작되는 유엔 총회 일반 토의 기간(19∼25일) 한·미·일 3국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의 대북 압박, 중·러의 대화 해법 사이에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응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 관련 제재를 강화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을 전면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빼 들고 중국에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은 미국이 중·러의 협조 아래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적 북핵 해법을 당분간 유지하느냐,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작으로 한 독자적 북핵 해결의 길로 들어서느냐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손균근 기자 kksho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