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국회의원 9명이 6일 집단 탈당을 선언하고 자유한국당 입당을 공식화했다. ‘개혁 보수’를 표방하며 출범했던 바른정당의 정치 실험은 창당 287일 만에 좌초 위기에 몰렸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반발해 옛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올해 1월 24일 창당한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잃고 11석의 미니 정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이에 대해 ‘부패하고 무능한 보수’ 대신 개혁적이고 젊은 보수를 갈망했던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비판에다 원칙이나 명분 없는 ‘철새 정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철호, 김용태, 강길부, 이종구, 김영우, 황영철, 김무성, 정양석 의원.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마친 뒤 탈당하기로 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김무성 강길부 주호영 김영우 김용태 이종구 황영철 정양석 홍철호 의원 등 9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세력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분열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속절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우리는 오늘 바른정당을 떠나 보수대통합의 길을 먼저 가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8일까지 탈당 절차를 마무리하고 9일 한국당 입당 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9월 초 바른정당 자강파였던 이혜훈 전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으로 물러나자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을 전제로 한 ‘보수대통합’ 명분을 내세워 한국당 복당을 시도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세연 의원 등이 지난 5일 밤 마지막 의원총회에서 “오는 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를 열자”고 호소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 “모든 비난을 감수하겠다.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폭주와 안보 위기 속에서 보수대통합은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책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향후 보수 개혁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한국당 복당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9명에 대해 “이들은 불과 10개월 만에 국민을 향한 사죄의 마음과 새로운 정치실험에 대한 다짐을 배반하고 말았다. 국민은 9명의 의원이 지난 1월 바른정당 창당대회에서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에서는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의 추가 집단 탈당 가능성도 나오는 데다 바른정당 대표 후보자인 정운천, 박인숙 의원 등 2명이 당 대표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11·13전당대회마저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