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당, 불가서 찬성 선회 기류

검찰 개혁이 여야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당·정·청이 20일 국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촛불혁명의 요구’를 수용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고, 자유한국당도 “이제는 검찰 개혁에 나설 때가 됐다”면서 가세했다. 여야가 속내는 다르지만 한목소리로 검찰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을 놓고 최근 적폐 청산과 부패 척결을 기치로 여야 정치인을 상대로 한 검찰의 ‘사정 태풍’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다.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제정 관련 당·정·청 회의에서 조국(오른쪽) 청와대 민정수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당·정·청은 이날 공수처를 반드시 설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당·정·청이 내세운 4대 원칙은 수사·기소권을 보유한 독립적 수사기관, 정치적 중립성 확보, 부패 척결 역량 강화, 검사 부패 엄정 대처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수처가 되도록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고위 공직자의 범죄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되, 검사의 대상 범죄는 검찰이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공수처에서 전속 수사하게 하는 등 검사 부패에도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이다.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면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으로서 공수처 추진의 끈을 놓지 않겠다. 국민의 검찰 개혁 의지가 실현되도록 국회에서 물꼬를 터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검찰 개혁, 이제는 나설 때가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수만 교대됐을 뿐, 검찰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조롱 섞인 별명이 있다”며 검찰을 권력의 ‘시녀’이자 ‘충견’이라고 맹비난했다. 공교롭게도 여야가 한목소리로 검찰 개혁의 목소리를 높인 이날, 검찰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했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당 최경환 의원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