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3불’ 강조 우려 요인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중순 ‘국빈’으로 중국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한국과 중국이 지난달 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봉합하기로 합의한 이후 양국 관계 개선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간 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다음 달 중순 국빈 방중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23일 밝혔다.

올해가 한중 수교 25주년임에도 지난 8월 양국에서 각각 열린 기념행사에 정상은커녕 외교장관의 교차 방문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교 25주년이 저물기 전에 문 대통령이 가장 높은 형식의 국빈 방문으로 다음 달 중국을 찾는 것은 한중 관계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사드 문제를 봉합한 지난달 31일의 ‘한중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 발표 이후 지난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 21∼23일 나란히 이뤄진 강경화 장관의 취임 이후 첫 방중과 허이팅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상무 부총장(장관급)의 방한 등으로 탄력을 더해온 한중 관계 복원 흐름에서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은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양국 외교장관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입장과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에 뜻을 같이했다. 또 내년 2∼3월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평화적 개최 등을 위해 협력하고, 국면 전환 여건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육·해상에 걸친 21세기판 실크로드를 건설하려는 중국의 경제협력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완전한 관계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이 사드 봉합 합의의 맥락에서 나온 우리 정부의 ‘3불’(사드 추가 배치-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한·미·일 군사동맹화 부정) 언급을 사실상 ‘약속’으로 간주하며 이행을 공개 요구한 것은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부장은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가입하지 않고 한국에 임시 배치되는 사드가 중국의 안전과 이익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는데, 중국은 이를 중시한다”고 말한 것으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소개됐다. 한국이 ‘약속한 적 없다’고 밝힌 ‘3불’을 중국 측이 계속 거론할 경우 사드 봉합 합의 적절성 논란이 또다시 한중 관계 개선의 불씨로 남을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