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해 쓰러진 한국 기자. 연합뉴스 사진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하던 한국 취재진이 중국 측 경호원에 폭행을 당해 안와골절을 당한 가운데 코트라가 “(폭행을 한 중국 경호원이 소속된) 보안업체는 중국 공안의 지휘와 감독을 받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말이 맞으면 우리 정부의 중국 당국에 대한 항의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으로 무르익은 한중 간 화해 무드가 자칫 깨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4일 코트라 중국 본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대규모 집회나 모임, 전시회 등을 하려면 중국 측이 요구하는 보안업체와 계약을 하도록 하며 모든 지휘는 중국 공안이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코트라는 ‘한중 경제 무역 파트너십’ 행사가 열린 중국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으로부터 한 경호업체를 지정받았고 이 업체와 계약을 했다. 관계자는 “지정된 업체와 계약을 했고 비용만 지불했을 뿐 행사 동선이나 인원, 세부사항 등은 모두 공안과 보안업체가 정한다”며 “오늘 행사의 통제와 지휘는 보안업체가 아닌 공안이 했다”고 강조했다.

만약 코트라 측의 주장이 맞다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는 게 일각의 관측이다.

한중 양국간 화합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시점에서 우리가 중국 측에 정색하고 난색을 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송혜교 추자현 등 여성 배우까지 동원해 이번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띄우려 애를 썼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관리 부실로 이번 사태가 빚어진 것이 명확해질 경우 국내 정치권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치권은 중국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며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을 항해 “차라리 조공을 하라”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빈방문 중인 상대국가 대통령의 수행 기자단에 대한 이와 같은 행위는 외교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이번 사태에 대해 “믿을 수가 없다. 정말 말문이 막힌다”고 개탄했다.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중국 한복판에서 대통령은 찬밥 신세를 당하고, 언론은 샌드백 취급을 당했다”면서 “국빈인 대통령은 혼밥족이 되고 기자들은 중국 경호원들의 주먹과 발길질에 무참히 당했다. 외교적 결례를 넘어서 의도적인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굴욕외교라는 야권의 공세에 시달리던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로 더욱 곤경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이 납득할 후속조치가 필요할 듯하다. 청와대의 처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중국 당국에 수사 의뢰를 요청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인 수사 의뢰를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단서가 있어야 한다. 두 기자의 의사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폭행 영상과 사진물을 중국 정부측에 제출하면 두 기자가 증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