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울뿐인 지방자치 계속되면
- 읍·면·동 40%가 30년 내 소멸
- 재정자립·성장동력 확보 절실

- ‘지방분권 국가’ 헌법 명시 땐
- 지방의회·조례 법적 권한 강화
- 연방제 목표의 분권 발판 마련

- 중앙사무-지방사무 이원화
- 자치권 ‘법률 범위 내’ 확대 등
- 개헌·관련 법 정비 때 전제돼야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지 23년이 지났지만 지방분권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오는 6월로 예정된 개헌 국민투표에 따라 지역의 숙원사업인 분권이 이번에는 실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방자치 23년 아직도 미흡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제헌헌법에 지방자치가 명시되고, 1952년 4월 전국지방의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면서 지방자치는 ‘첫 걸음’을 뗀다. 1961년 군사쿠데타로 전국 지방의회가 해산됐지만 1987년 개헌으로 부활했다. 이에 1991년 기초 및 광역의원 선거가 시행되고, 4년 뒤인 1995년 단체장이 포함된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처음으로 치러지면서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지방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지 23년이 지났지만 만족할 만한 지방자치가 이뤄진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여전히 중앙정부 위주의 정책에 지방정부는 끌려다닌다. 재정을 국가가 틀어쥐고 있어 지방은 자립하기가 버겁다. 전체 인구의 절반(2015년 기준 2525만 명)이 국토 면적인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밀집하는 등 수도권은 비대화하고, 지방은 존립 자체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고용정보원은 전체 시·군·구 중 84곳(37%), 전체 읍·면·동 중 1383곳(40%)이 30년 내 소멸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위기를 현재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로는 대응하기 힘들다. 기존 체제의 한계를 넘어 21세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대안으로 강력한 지방분권이 등장한 것이다.

허울뿐인 지방자치라는 현실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그동안 없지는 않았다. 참여정부 기간인 2004년 1월 ‘지방분권특별법’이 제정돼 분권에 관한 기본 방향과 내용이 정해졌다. 이명박 정부(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특별법)과 박근혜 정부(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를 거치면서 지방분권에 관한 법적 근거를 갖췄다. 하지만 한시법이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개헌을 통해서라도 강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방분권이 되면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조항이 헌법에 명시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부산시가 지난해 7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만들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 제출한 ‘부산시 지역분권형 헌법 개헌안’을 보면 정치·행정, 이에 따른 시민의 삶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할지 짐작할 수 있다. 우선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지방정부’로 변경)는 자치행정권, 자치조직권,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을 갖게 된다. 지방 행정부는 자율적 조직권과 재정권을 갖는다. 대통령령에 따라 극히 한정된 공무원 정원은 지역 상황에 맞게 조정, 배치할 수 있다. 현재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6대 4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지방세가 확대되면 지방정부는 늘어난 재정을 지역 맞춤형 정책을 확대하는 데 쏟을 수 있다. 국비를 확보하러 매년 정부와 국회에 목을 매는 일은 줄어든다.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지역에 더 밀착한 치안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입법(조례 제정)은 지방정부의 의회가 담당하게 된다. 현재 지방의회가 만든 조례는 위반할 경우 10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정도에 그치는 등 법적 지위가 낮았다. 지방의회의 자치입법 기능이 강화되면 조례의 실효성을 위해 형벌(징역 또는 금고, 벌금, 구류 등)이 도입돼 조례가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갖게 된다. 강력한 의회가 갖춰지기 위해 유급 보좌진 채용이 가능해지고, 사무처도 국회처럼 ‘입법 및 정책 전문기관’으로 만들 수 있다. 검찰과 법원(사법부) 분권 논의는 아직 수면 아래에 있으나 대통령이 말한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검토돼야 할 과제라는 게 시민사회의 대체적인 견해다. 지방법원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등 사법부도 주민 통제 아래 둬야 진정한 분권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다.

■전제조건은

앞으로 정부의 역할은 지방정부 간 재정격차 해소와 같은 균형발전 업무 등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 정도로 바뀌는 셈이다. 이렇게 강력한 지방분권이 시행되려면 개헌, 그리고 이에 따른 법 정비 때 전제돼야 할 사항이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국가사무와 지방정부 사무를 명확히 하고, 자치권을 행사할 범위를 ‘법률의 범위 내’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의대 박영강(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지방정부에는 고유사무와 단체위임사무, 기관위임사무가 있는데 국가의 일을 대신하는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해 중앙사무와 지방사무로 이원화해야 한다. 그래야 노인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국가위임사무를 둘러싼 정부와 지자체 간 분쟁을 애초에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현재 자치권 행사 대부분이 대통령령에 구속돼 운신의 폭이 좁은만큼 ‘법률의 범위 내’로 확대해 폭넓은 자치권을 보장해야 개헌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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