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제공

‘1987’이 흥행하면서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고 박종철 열사가 청년 시절을 보낸 서울 관악구의 박 열사 추모 열기가 뜨겁다. 박종철 기념 거리를 제정하는 한편, 그를 기리는 장학금을 만들어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 열사가 고교 시절을 보낸 부산에서도 그를 추모할 기념 사업을 대대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열사 청년 시절 보낸 서울 관악구…기념 거리 만들고, 역사 해설사 운영

서울 관악구는 오는 13일 오후 2시 ‘박 열사의 하숙집’이 있었던 ‘관악구 대학 5길’을 ‘박종철거리’로 지정하고 선포식을 연다고 11일 밝혔다.

구에 따르면 ‘박종철 거리’ 지정 사업은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관광사업추진단’이 지난해 박 열사의 3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구청에 사업을 제안하면서 기획됐다.

‘박종철 거리’의 범위는 박 열사가 마지막까지 살았던 하숙집 골목(왕약국 ~ 강원약국)으로, 하숙집 맞은편에는 박종철 열사의 얼굴을 빼닮은 동판까지 제작됐다.

박 열사의 초상과 약력 등이 적힌 동판에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대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학생회장이었던 박 열사는 1987년 새벽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소속 경찰에 연행돼 같은 날 오전 11시20분 물고문을 받다가 숨을 거뒀다.

또 박 열사의 하숙집 인근에 위치한 도덕소공원 앞 담벼락에는 박 열사의 일대기를 담은 그림 이 그려졌다.

이와 함께 구는 관광객과 방문객을 상대로 박 열사의 일대기와 1987년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설명을 담당할 해설사 10명도 양성한 상태다.

선포식의 이튿날이자 박종철 열사의 31주기를 맞는 14일 오전 11시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실에서는 추모 행사와 더불어 박종철 장학금 전달식도 개최할 예정이다.

■박 열사 동기회, 추모비 존재 부산…역사적 사실 기릴 문화 행사 등 아쉬워

박 열사가 대학 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의 움직임과 달리 그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부산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는 게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박종철 열사의 모교인 혜광고 동문들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지난 10일 중앙일보를 통해 1987년 3월 혜광고에 입학한 박상현(48) 씨는 “1학년 내내 박 열사의 이름을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고 엄혹했던 과거를 전했다.

박종철이라는 이름을 꺼내면 당시 교사들이 방송실로 끌고 가 해당 학생을 구타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박종철은 학내에서 금기어가 돼 버렸다고 한다.

또 박 씨는 1987년 12월 박종철을 기리는 추모시를 썼다가 심한 체벌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선배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싶어서 연말 ‘문학의 밤’에 낭독하려고 추모시를 썼지만, 이 사실을 안 문예부 담당 선생님께 끌려가 엄청난 구타를 당했다”며 “추모시는 갈기갈기 찢어졌고, 문학의 밤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고 기억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부산에는 박 열사 추모비도 있다. 1992년 꾸려진 박 열사 동기회가 수 차례 노력한 끝에 2004년 혜광고에 흉상 대신 추모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박 열사 동기회는 2010년부터 매년 혜광고 재학생들에게 박종철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후배들이 박종철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동기는 물론 선·후배가 십시일반 모은 돈이다. 지금까지 50여명의 후배가 장학금을 받았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지역 시민들은 “우리도 혜광고 인근 거리에 박종철을 기리를 문화 시설을 만들자” “박종철 열사를 위한 문화 행사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