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남 중단 통보와 번복’ 등 우여곡절 끝에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이 21일 1박2일 일정으로 방남 일정에 들어갔다. 북측 대표단을 인솔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이날 온종일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여성이 북측 대표단을 인솔한 것은 2013년 6월 김성혜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이후 처음이다. 현 단장은 지난 15일 열린 실무접촉에서도 북측 대표단 중 수석대표의 오른쪽에 앉아 주목받은 바 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태운 차량이 21일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8시57분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9시2분 경기도 파주의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짙은 색 코트에 모피 목도리를 두른 현 단장은 치마 정장에 부츠를 신었다. 왼손 약지에는 결혼반지로 추정되는 반지를 끼고 있었고, 갈색 계열 핸드백을 들었다. 북 대표단은 우리 측 대형 리무진인 ‘1호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수백 명의 내외신 취재진과 시민이 몰려 극도로 혼잡한 가운데 서울역에서 강릉행 KTX로 올라탄 현 단장은 다소 경직돼 보였으나 차분함을 잊지 않았다.

현 단장은 성악가수 출신으로 1990년대 후반까지 왕재산경음악단 가수로 활동한 뒤 보천보전자악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천보전자악단에서 활동 중 ‘준마처녀’를 불러 톱가수 반열에 올랐으며, 김정은 체제에서는 모란봉악단 단장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 남북출입사무소 오랜만에 북적

	서울역에 도착한 북측 사전점검단이 KTX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취재진 등으로 혼잡한 승강장.

이날 현 단장 일행의 방남으로 경의선 육로가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거의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이 육로는 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사용했고 2015년에만 12만9804명과 차량 9만 9518대가 오갔다. 2007년 10월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이 도로를 통해 방북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군사분계선 앞에서 차량에서 내려 도보로 걸어 넘어가기도 했다.

경의선 육로 이용에 앞서 남북은 서로 상대 측 지역으로 넘어가는 인원의 명단과 인적 자료를 주고받는다. 이 때문에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한 남북 간 소통이 필수적이다. 서해 군 통신선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지난 10일부터 북한이 복원했고, 그간 교신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복구 작업을 거친 뒤 지난 17일 완전히 복구됐다.

남북 간 출입국과 통관, 검역 업무를 맡는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도 2년여 만에 손님을 맞았다. 개성공단 폐쇄 전만 해도 사무소 주차장은 공단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실으려는 대형트럭들로 빼곡했지만 개성공단 폐쇄 이후 직원들의 차량만 주차돼 있었다.

■ 북측에 속수무책인 통일부

북측은 지난 19일 오전 사전점검단을 20일에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돌연 이날 밤 10시께 방남 계획을 중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랬다가 만 하루도 안 돼 다시 방남 일정을 통보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통일부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북측 대표단의 구성에 변동이 없었고 일정만 하루 순연된 것인데, 이 과정에서 통일부는 북측의 자세한 설명이 없는 통보에 답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번 방남 번복 사태를 겪으면서 앞으로 북한과의 소통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앞으로 20일간 북한이 부릴 몽니가 평창올림픽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정부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 방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옥 대변인도 “오는 것도 자기 멋대로, 안 온다는 것도 자기 멋대로, 다시 온다는 것도 자기 멋대로였다”고 지적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