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회담, 우물가에서 숭늉 찾기”
- 김정은과 만남 섣부른 관측 제동
- 정부 운신의 폭 제약 가능성 차단
- 靑, 북미소통 있어야 대북특사

문재인 대통령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섣부른 관측을 차단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기정사실로 했다가는 우리 정부의 운신 폭이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남북 대화에 앞서 북미 대화가 우선해야 한다는 기저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 때 한 여성 관중과 셀카를 찍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평창동계올림픽 메인 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해 내외신 취재진을 격려한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통해 방북 초청을 한 지난 10일 이후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와 의제 등을 둘러싼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감이 고조되는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방북 초청을 받은 이후 처음 주재한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도 남북 관계에 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 아주 조심스럽게 첫발을 떼고 있는데 그에 비하면 각종 보도가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 한 템포만 늦춰주면 고맙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보다는 문 대통령이 방북 초청 의사를 접한 자리에서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대답했듯이 청와대는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동조, 북미 대화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창 내외신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도 “미국 북한 간에도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지금 이뤄지는 남북 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 비핵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동맹국이자 한반도 문제에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북미 간 대화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혔다. 북미 대화가 이어지도록 라트비아도 지속해서 지원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이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라고 입장을 선회한 것과 맞물려 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북미 간 소통 정도에 따라 남북 대화 수준이 결정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북미 대화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북미 대화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마냥 북미 대화만 기다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밝혔듯이 본 대화를 앞둔 ‘예비대화’를 통해 분위기만 조성된다면 정상회담은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 특사 역시 이런 프로세스에 따라 북미 탐색 대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가능하다고 청와대는 판단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