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폐청산 촛불정신에 역행
- 지역위-영입인사 ‘물과 기름’
- 지방선거 ‘원팀’ 강조 목소리
- 순혈주의 극복 계기 삼아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사상구 지역위원회에서 발생한 지방선거 여성 예비후보에 대한 ‘불출마 협박·강요’ 사건(국제신문 21일 자 5면 보도)에 시당이 충격에 빠졌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한 촛불혁명을 배경으로 집권한 민주당이 기득권의 적폐를 답습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유구무언”이라며 침통한 당내 분위기를 대변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 인사에 대해 폐쇄적인 특성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댄 행태가 복합적으로 나타났다는 진단이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면서 당원들 간 형성된 끈끈한 동지애가 특유의 순혈주의와 패거리 문화 형태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른바 ‘민주당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느냐’는 기준이 진성 당원과 ‘나머지 당원’을 가르는 잣대가 됐다는 것이다. 또 시당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에 도취해 각 지역위원회에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여성 정치신인이 폭로한 사상구 자생단체 인사들의 언사는 이랬다. “건방지게 어디서 출마냐” “공천받아와 봐. 우리가 (본선 가서) 떨어뜨리면 되니까” “출마자 순번이 있으니 입 다물고 4년에서 10년 정도 지역위원회에서 봉사하라” 등. 이러한 모욕적인 언사로 시의원에 입후보하려는 여성 정치신인의 진입을 가로막았다는 주장이다.

지역 정치권은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고 더욱 안정된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려면 폐쇄적인 순혈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 대선을 전후해 민주당에 합류하거나 영입된 인사 상당수가 아직 당과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위 공직자 출신 A 씨는 지역위원회의 홀대로 불출마로 선회했다는 얘기가 파다하고, 출마를 준비하는 상당수의 외부 합류 인사들도 민주당 내 텃세에 어려움과 섭섭함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창근(박재호 국회의원 정무특보) 남구청장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팀’이다. 지역위원회 실력자들이 노래방에서 정치신인의 기회를 박탈할 게 아니라 따뜻한 격려와 덕담을 해주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경찰과 선관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하라”며 공세를 취했고, 부산시당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반민주·반인륜적 갑질 추태를 부산 시민이 냉철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정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