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 상춘재서 ‘코셔’ 한식만찬
- 문 대통령과 35분 비공개 접견
- 트럼프 메시지 전달한 듯

- 명단에 없던 후크 보좌관 동행
- 北 김영철과 접촉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좌관과 청와대에서 접견 및 만찬을 하고 북미 대화와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이방카 보좌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강조해 북미 관계 개선을 바라보는 양국 간 시각 차이를 확인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입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찬에 앞서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열린 비공개 접견에서 문 대통령은 이방카 보좌관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접견은 오후 7시30분부터 35분간, 미국 측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을 시작하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 간 활발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강력히 지지해준 덕분”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올림픽 남녀 아이스하키팀에 미국 출신 선수들이 같이 뛰었다는 점을 강조했고, 한미연합사 구호인 ‘We go together(함께 갑시다)’를 언급하면서 “그 구호대로 한미 양국이 영원히 함께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방카 보좌관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확고히 하려고 우리의 최대한 압박 전략 공약을 재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해준 것에 감사하다. 동맹이자 우방으로서 가치를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방카 보좌관은 이날 대한항공 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첫 일성에서도 “강하고 지속적인 우리의 공약(commitment)을 한국인과 재확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방카 보좌관이 언급한 ‘공약’은 한미동맹에 입각한 미국의 방위 공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방카 보좌관에 대해 청와대 경호 인력을 투입하는 등 정상급 의전을 제공한 청와대는 이날 만찬에서 유대교로 개종한 이방카 보좌관을 고려해 전통 유대 식사법인 ‘코셔’에 맞춘 한식 만찬 메뉴를 준비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했다. 코셔는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유대교 율법에 따른 음식으로, 이날 메뉴에는 갑각류, 회 등의 요리가 빠졌다.

이번 미국 대표단과 함께 앨리슨 후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이 수행원 자격으로 방한했다. 후커 보좌관은 2014년 11월 당시 북한에 억류됐던 케네스 배 등 2명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으며, 당시 협상 당사자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났다. 김 통전부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의 폐회식 참석차 북한 대표단을 인솔해 25일 방남한다. 따라서 청와대가 북미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후커 보좌관과 북한 측 인사들과의 접촉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