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美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 대북문제 성과 위해 회담 적극적
- 김정은 제안 듣고 즉석에서 수락
- 北 김여정, 특사로 방문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만나자’는 제의를 수용하면서 애초 5월이 아니라 4월에 하자는 뜻을 먼저 밝히는 등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가운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서훈 국정원장, 오른쪽은 조윤제 주미대사. 청와대 제공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성과 보고를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 의사를 전해 들은 뒤 곧바로 이를 수락했고, 정상회담 시기도 애초 다음 달로 제안했다고 9일 전했다.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4월을 직접 언급한 것은 북미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참모들에게 “거봐라. 얘기를 하는 게 잘하는 것이다”고 한 장면에서도 대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오는 5월로 북미 정상회담 시기가 잡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4월을 얘기했는데, 정 실장이 남북이 먼저 만난 다음 북미가 만나는 게 좋겠다고 해 그렇게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조율한 것은 다음 달 말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에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면 더 많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18년 만에 시도되는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정세를 변화시킬지에도 눈길이 쏠린다. 2000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관계 해빙 분위기 속에서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상호 방문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목전까지 갔다. 그러나 그해 미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의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은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방북 계획을 취소했다.

당시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된 배경에는 임기 말이라는 데 대한 부담감,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내 반대 목소리, 차기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방북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에 주력하는 미국 행정부의 입장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 여건은 당시와 많이 달라졌다. 그때 핵 개발 초기 단계였던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2년 차로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어 북미 대화의 성사 가능성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주변 참모진의 의혹 및 권력 암투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대북 문제에 성과를 내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두 정상이 논의할 비핵화 문제 등을 조율하려는 사전접촉과 대화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미국에 특사로 보내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남은 시일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두 차례 장관급 접촉을 거쳐 정상회담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