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 법이 정한 절차·기간 강조
- 野에 ‘절차적 하자’ 빌미 차단

- 민주당, 여야 합의안 마련 압박
- 한국당은 “관제개헌” 강력 반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시기가 애초보다 앞당겨진 오는 26일로 결정됐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부터 사흘간 주제별로 국민에게 개헌안 내용을 발표한다. 20일에는 헌법 전문과 기본권, 21일에는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22일에는 정부 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과 관련된 사항이 공개된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19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헌법개정안을 26일 발의할 수 있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 비서관은 “애초 대통령은 이달 22일부터 28일까지 해외 순방일정을 고려해 귀국 이후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헌법이 정한 국회 심의 기간 60일을 보장해달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국회 합의를 존중할 것이며, 국회가 신속하게 개헌 문제를 논의하고 합의해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파열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사실상의 개헌안 발의 마지노선인 26일까지는 여야가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야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반대로 자유한국당은 정부안 발의 시기 연기에 대해 “관제 개헌을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고 규정하며 문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안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안 발의를 위해 마지막 협상과 결단이 남았다. 촛불혁명과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주권 개헌 추진에 (야당도) 동참하길 간곡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야당은 대통령에게 ‘개헌 발의권 행사를 하지 말라’고 몽니 하지 말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26일 개헌안 발의’가 오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투표일로부터 역산해 계산하면 3월 27일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국민투표 공고를 토요일에 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 하루 더 여유를 둬 26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당은 정부안 발의 시점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국회 논의를 뛰어넘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 날짜가) 21일이든 26일이든, 관제개헌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정례회동에서도 개헌 시기와 방향을 두고 평행선만 그었다. 정 의장은 “국회의 개헌 시계가 속도가 느리거나 고장 난 것 같다. 최선은 정부의 안이 나오기 전에 국회가 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여야 협상을 독려했다.

그는 “국회가 단일안을 만든다면 시기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나 국민에게 이해를 구할 수 있다”며 시기에 대한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조건을 붙이고 있어 개헌 논의를 하기 어려워졌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김태경 박태우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