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피란수도’ 부산이 들썩이고 있다. 부산은 한국전쟁 1·4후퇴 때 북한 흥남부두에서 피란해 정착한 이가 많아 ‘이산가족의 도시’이기도 하다.

	내일 문 대통령·김정은 이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장소가 25일 공개됐다. 회담장 배경에는 금강산의 높고 푸른 기상을 담고 있는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작품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산가족과 북한 이탈 주민은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전쟁 때 북한에서 와 부산에 정착한 이춘화(여·76) 씨는 “남편이 사촌을 북에 두고 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기회로 남북에 길이 열리면 죽기 전에 고향 땅을 밟아보고, 사촌도 만날 수 있을 거다”고 말했다.

양강도에서 탈북한 김유녀(가명·여·45) 씨도 “앞서 남북 정상이 두 차례 만났지만,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을 잇는 철도를 놓고, 개혁과 개방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적십자의 이산가족 등록 현황(지난해 12월 기준)을 보면 부산에는 2783명의 이산가족이 살고 있다. 이는 전체 이산가족 5만9037명 가운데 4.7%로, 경기(29.7%), 서울(27.3%), 강원(6.0%)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2005년 북한 개성공단에 그린닥터스 남북협력병원을 개설해 8년간 35만 명의 북한 노동자를 진료한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도 기대감이 크다. 정 이사장은 “이번 정상회담 소식은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려는 그린닥터스에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그린닥터스는 남북 통로가 열리면 의료사업을 재개할 것을 결의했다. 특히 북한 결핵이 심각한 상황이니 황해도 해주에 ‘코리아 결핵병원’을 설립할 것을 당국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관광 재개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사하구 하단동에서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최정숙(여·45) 씨는 “예전에 강원 고성에서 육로로 금강산을 가는 상품을 취급했는데 매번 대기자가 붙을 정도로 잘 팔리는 상품이었다. 정상회담에서 관광 협력이 가시화하면 다대포항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금강산에 가는 여행 상품을 만들면 인기를 끌 것 같다”고 기대했다.

개성공단 폐쇄로 공장을 베트남 같은 해외로 옮긴 기업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창섭(삼덕통상 회장) 한국신발산업협회장은 “저렴한 비용과 언어적 장점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부분이 재입주를 희망한다. 개성공단이 다시 문호를 개방한다면 다시 공장을 열겠다”고 다짐했다.

해운·항만·수산업계에서는 다양한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발전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중단됐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부산에서 출발한 컨테이너가 나진항에 하역돼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운송)가 재개되고 장기적으로 철도 운송까지 가능해지면 중국으로 집결되는 물동량을 상당 부분 가져와 부산이 동북아시아 물류 허브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나진, 해주, 원산, 흥남 등의 항만 부두와 시설을 장기적으로 현대화하는 민간 투자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수산업계는 북한 어민들이 잡은 오징어 등의 수산물을 해상에서 물물교환하거나 수산양식 등의 기술 전수, 입어권을 구매해 중국 어선 대신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상황까지 바라고 있다.

장호정 박호걸 이수환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