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으로 날 선 설전이 오가는 6·13지방선거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상생’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부울경과 전남의 같은 당 후보들과 연결하는 남해안 벨트를 형성해 동반 당선과 상생 발전을 노린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는 ‘남해안 시대 2.0’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 후 남해안을 하나로 묶어 상생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김경수 후보는 21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사무소에서 같은 당 김영록 전남도지사 후보와 ‘경남, 전남 상생발전 정책 협약’을 맺고 “진정한 자치분권 지방정부 시대, 영호남 화합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양 측은 전남 목포에서 경남 남해, 통영, 거제를 거쳐 부산까지 이어지는 해안관광도로 건설과 무안공항에서 진주, 창원, 김해를 경유해 부산으로 가는 남해안 고속철도의 조기 개통을 추진하고, 영호남의 물적·인적·문화적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하동의 신소재부품 산업단지와 여수·광양의 소재부품단지를 연계한 소재부품 광역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여수·광양·하동·진주를 연결하는 ‘남해안 광역경제권’을 구축하기로 했다. 양 측은 사업 추진을 위해 도지사, 시장, 군수,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가칭 ‘동서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함께 수립할 예정이다.

김 후보는 같은 당의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와 정책 등을 공유하면서 사실상 원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부산 민주공원을 합동 참배하면서 상생을 통한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다짐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의 큰 그림 속에 신경제 지도와 남해안 벨트를 그려가고 있다”며 “원팀인 부울경에 전남까지 가세하면서 남해안 상생 발전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김태호 후보는 대표 공약인 남해안 시대 2.0을 통해 남해안 벨트 구축과 상생 발전을 노린다. 김 후보는 도지사 재임 시절 전남과 경남, 부산, 울산을 아우르는 남해안 시대를 주창해 남해안 발전 특별법을 이끌어냈다. 남해안 2.0은 시대적 환경 변화에 맞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큰 그림은 남해안 지역이 뭉쳐 수도권에 버금가는 독자적인 광역 경제권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구체적으로 전남 목포와 부산을 잇는 남해안 고속화 열차를 2020년에 도입해 물류와 인적 교류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의 상생 그림은 당선 이후에 그려진다. 한국당의 경우 전남에서는 도지사 후보 출마가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고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와 아직 뚜렷한 연대 움직임이 없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김태호 후보는 당선 이후를 바라본다. 후보가 아니라 당선자들끼리 당을 떠나 남해안 지역의 상생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칠 것이다”며 “그 밑그림이 남해안 시대 2.0 공약이다”고 설명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더불어민주당 김경수(왼쪽) 경남도지사 후보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후보가 21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사무소 2층 강당에서 ‘경남-전남 상생발전 정책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수 후보 제공

자유한국당 김태호 경남도지사 후보가 21일 산청시장에서 어르신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김태호 후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