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12 정상회담이 취소됨에 따라 여야는 이번 사태가 6·13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 바람’을 타고 ‘평화 경제’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선거를 치를 계획이었지만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이와 달리 자유한국당은 속수무책이었던 이번 선거에서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고 판단해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애초 ‘평화 경제’를 주제로 삼아 25일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선거대책위를 방문해 지원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추 대표는 이날 부산 방문에서 “9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 해빙이 단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아가는 진정성에 국민이 힘을 보태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또 이날 ‘민생 경제’를 내세웠는데 ‘평화 경제’를 강조하던 그동안의 태도 변화를 시사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J노믹스는 소득이 소비로 선순환되는, 서민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정책이다. 부산은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가 떠나는 도시다. 그동안 실력과 능력을 검증받는 오거돈 시장 후보가 J노믹스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날 해운대구 반송시장을 찾아 윤준호 해운대을 국회의원 후보,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후보 등을 지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북미 회담 취소가 민주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파장을 예의 주시했다.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착을 위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한국당은 ‘안희정 미투’ ‘드루킹 사건’에 이어 이번 북미 회담 취소가 선거의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동안 강공을 펼쳤던 것과 달리 발언 수위는 조절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나는 일관되게 미북 회담으로 북핵이 완전히 폐기돼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가 오기를 기대했지만 그러하지 못해 거듭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북 회담이 재개돼 군사적 충돌이 아닌 대화로 북핵 폐기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연초부터 북한이 보인 평화무드 조성 외교는 중국을 끌어들여 국제 제재를 타개해 보려는 기만술책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고 말했고, 판문점회담 선언문을 보고 위장평화 쇼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길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