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불협화음 수면 위로?

- 폼페이오, 일본·베트남 순방길
- “FFVD까지 대북 제재 유지”
- “김정은 위원장, 기회 잡으면
- 베트남 기적은 당신의 것” 강조

# 정부, 방북 결과 반응

- 靑 “북미 간 툭 터놓고 개진 처음
- 종전선언 등 합의해나가는 과정”
- 문정인 “조금씩 극복해 나갈 것
- 문 대통령 촉진자 역할 더 해야”

북한 방문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향해 ‘당근’과 ‘채찍’ 메시지를 병행하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8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부 장관 회담에 앞서 트위터에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별도 회담을 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고노 다로 외무상과 미일 동맹, 역내 안정의 초석, 그리고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을 유지하는 것을 논의한 건설적인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한 달여 만으로, 북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예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뒤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더는 사용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전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베트남의 경제적 성공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며 북한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청와대 “샅바 풀어내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대북) 제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일본 방문을 마친 뒤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현지 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관계와 번영으로 가는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김 위원장을 향해 “당신이 이 기회를 잡으면 이(베트남의) 기적은 당신의 기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청와대는 “북미 간 이견을 보이고 있으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제안한 문제로, 결국 시기와 방식의 문제일 텐데 그 종전선언을 비롯해 모든 문제가 서로 합의를 해나가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미 대립이 격해지는 양상 아니냐’는 질문에는 “수면 위로 보이는 모습은 격한 반응으로 비치기도 하는데, 본격적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협상 고지를 확보하려는 ‘샅바 싸움’으로 본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이틀간 (북미) 회담이 9시간 진행됐는데 양측이 원하는 바를 툭 터놓고 개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 누가 더 샅바를 깊숙이 안정적으로 유리하게 잡느냐, 밀고 당기기가 시작되고 있다. 그 누구도 샅바를 풀어버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문정인 “극복 못할 문제 아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미 간 불협화음과 관련해 “북한 핵 문제를 푸는 방식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인 게 아닌가 한다. 미국은 아직 일괄 타결이라든가 북한의 선(先)해체를 상당히 요구하는 것 같고, 북한은 점진적 동시교환 원칙에 따라가자고 하는 데서 큰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 측이 요구한 비핵화 시간표와 관련해서는 “소위 비핵화의 범주를 북한의 핵 과학자, 기술자까지 완전히 북한 밖으로 내오거나 새로운 직장을 잡도록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등 다양한 쟁점이 있으므로 쉬운 게 아니다. 그 과정이 빨리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간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이견이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므로 가능할 것이라고 봤는데 조금 예상 밖이다. 극복하지 못할 사항은 아니고, 결국 워싱턴과 평양 사이에서 차이점을 조금씩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북미 정상의) ‘센토사선언’이 총론에 해당한다. 그래서 각론의 경우 인내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이 합의해놓은 사항이니, 밑에 있는 사람들은 그 정상 간 합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 점에서 희망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간 중재자 역할을 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촉진자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건설적인 대화를 하도록 하고, 그러면서 빨리 접점을 찾도록 해 주는 작업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