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협상 주도 서훈 원장 격려
- 순직 요원 기리는 석판 제막도

- 국정원, 2차 조직개편 착수
- 대북·해외정보에 역량 집중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국가정보원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정원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분명히 약속한다.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찾아 업무 중 순직한 국정원 직원을 기리는 ‘이름없는 별’ 추모석 앞에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특히 “여러분이 충성할 대상은 대통령 개인이나 정권이 아니다.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국가와 국민”이라면서 “국내 정치 정보 업무와 정치 관여 행위에서 손을 떼고, 대북 및 해외정보에 역량을 집중하여 명실상부한 국가정보기관, 최고의 역량을 갖춘 순수한 정보기관으로서 위상을 분명하게 하는 게 우리가 가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이번 국정원 방문은 국정원의 적폐 청산과 개혁 성과를 격려하고 향후에도 흔들림 없이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것을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 앞서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정보요원을 추모하기 위해 국정원 청사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석판 앞에서 묵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국정원을 방문해 제일 먼저 한 일이 중앙 현관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조형물을 제막한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 바로 국정원의 본령”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업무보고에서 ‘국가 안보 선제 대응형’ 정보체제 구축을 목표로 2차 조직 개편을 완료했으며, 2차 조직 개편에 따라 국정원 인력은 해외·북한·방첩·대테러 등 정보기관 본연의 분야로 재배치하는 게 마무리됐음을 보고했다. 조직 운영과 관련해서는 학연과 지연·연공서열을 배제하고 창설 이래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여성 부서장을 발탁해 조직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세계질서 재편 ▷신안보 위협 증대 ▷개인·특정단체로 이뤄진 비 국가 행위자들의 부상 ▷4차 산업혁명 시대 본격화로 향후 20년 정보환경을 지배할 메가 트렌드를 예측하고,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 마련을 위해 지난 4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한편 전문가 자문단을 운영 중인 점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서훈 원장의 노고를 격려하는 동시에 앞으로 이어질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위한 국정원의 역할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서 원장은 올해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한 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숨은 공신’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